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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7_ [스케치] 시네토크_청년세대 삶의 감각의 형상화, 정재훈의 경우

  • 작성일2017.03.29
  • 조회수1,443




[스케치] 시네토크_ 청년세대 삶의 감각의 형상화, 정재훈의 경우


정재훈 감독은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 <환호성>의 두 작품을 통해 삶의 감각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형상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응답을 내놓았다. 27일 화요일 오후, 두 영화를 연이어 상영 한 이후에 시네토크가 시작되었다. 시네토크는 정재훈 감독과 강덕구 오큘로 편집인, 신은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집행위원과 함께 진행되었다. 시네토크는 정재훈 감독의 응답 속에 함축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신은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집행위원, 정재훈 감독, 강덕구 오큘로 편집인


정재훈: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17에서 첫 상영이다. 힘든 영화 잘 견뎌주셔서 감사하다. 힘들게 느껴졌을 수 있는데, 개념적으로는 4DX 어드벤처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신은실: 오큘로 강덕구 편집인의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 궁금하다.


강덕구: 영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1부에서 계속되는 풍경이미지는 굉장히 저화질이고,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촬영된 대상과 촬영된 이미지 간의 간극이 흥미로웠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내가 보고 있는 게 이것이 맞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난시적인 이미지들이 이어지더라. 그동안 정재훈 감독의 영화를 다룰 때 사회적 이야기들이 영화를 규정하거나 풀이하는 열쇳말처럼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구체적 풍경을 보고있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대상과 촬영된 이미지가 일치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 사이 갈등이 일어나고 공간 자체가 추상화되면서, 전형적인 다큐멘터리나 풍경영화라기보다는 추상화된 이미지와 촬영된 대상 사이의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신은실: 그러고보니 전작인 <환호성>에 대해 노동을 키워드로 이야기한다던가 첫 장편이었던 <호수길>을 말하며 철거 풍경의 사회적 컨텍스트를 통해 이야기 되어왔다. 그보다 새로운 해석을 들려주셔서 관객 여러분과 감독님이 더 흥미로울것 같다. 강덕구 님의 전반적인 코멘트에 대한 의견이 감독님에게 있는지.


정재훈: 영화를 찍을 때 빛을 중시 여긴다. 빛을 풍성하게 담고 싶기도 하고, 빛이 가지는 이야기랄지 내러티브, 혹은 빛의 양에 따른 이상한 감정이 드는 것. 그런 것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했다. 그게 극의 주된 내용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부는 DV로 찍었고, 인터미션은 프로그램 내부에서 이것저것 맞춰서 만들었고, 2부는 소형 HD카메라, 핸드폰 카메라, 그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전송했을 때 데이터가 잘 오지 않았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이미지를 썼다.


강덕구: 가장 궁금했던 건, 이걸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이다. 순서도 그렇고, 공장 장면이나 1부의 소리 없는 숲의 이미지나, 인터미션이나.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하시고 어떻게 배치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정재훈: 만들어진 건 2부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그리고 생각하다 보니 뭐가 앞에 필요할 것 같더라. 1부는 2006년 쯤에 찍어두었던 건데, 언제 쓸 수 있을까 생각하던 푸티지 중 하나였다. 2부랑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떤 이유로 잘 맞는다는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2부를 만들 때에는 제가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듯한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시간은 가는데 나는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구조화시킬까 하는 고민에서 나왔다. 인터미션은 제일 나중에 만들었다.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어느정도 조크를 주고 싶어서 만들었다.


발언 중인 정재훈 감독


강덕구: 영화에서 보면 계속 주기적으로 어둠에 휩싸인 산이 등장한다. 1부의 숲과 2부의 숲이 동일한지 궁금하다. <환호성>에서도 숲이 나오는데, 그 숲과도 동일한가. 아니면 어떤 의미의 숲인가.


정재훈: 구체적인 지명은 영화에 나오질 않아서, 영화 안에서는 전부 같은 산이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환호성>의 숲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구체성이 결여된, 고유한 숲이 아닌 공간으로 보아주시면 되겠다. 아무래도 산을 계속 찍는데, 그것은 내가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 사실 사운드를 제어하는 데 있어서도 편안하다.


신은실: 산의 익명성에 대한 강덕구 씨의 생각이 궁금하다.


강덕구: 그게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영화 안에서의 그 공간 자체를 보면, 그게 산일 수도 있지만, 그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산이 전혀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공간이 추상적이라고 여겨졌다. 인물들이 돌아다닐 때, 그 공간에 어느 정도는 길이나 방향이 있고, 가다 보면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계속 한 장소를 뱅뱅 돈다. 그래서 탁 트여있어도 나무들로 막혀있는 폐쇄된 공간으로 여겨질 때가 많았다.


질문 중인 강덕구 오큘로 편집인


강덕구: 영화 보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프리뷰로 볼 때는 몰랐는데, 영화관에서 보니까 심장이 울리더라. 영화 음악이나 사운드 믹싱에 있어서, 소리가 들릴 때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굉장히 쾅쾅 울리더라. 음악이나 사운드작업을 하실 때, 음악을 배치하는 것에 있어서 이 부분에 이런 음악을 같이 배치해야겠다, 하는 걸 어떻게 구상하셨나. 영화음악은 노이즈 뮤지션인 박다함 씨가 하신 걸로 아는데, 같이 결정하셨는지, 감독님 본인 말고 박다함 씨 혼자 결정하셨는지에 대한 부분을 더 듣고 싶다.


신은실: 마침 <환호성>과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 사운드 작업을 하신 박다함 씨가 와 계신다. 한 마디 해달라.


박다함: 어떤, 작업을 할 때 딱히 제한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편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해서 그냥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게 작업했다. 제가 사운드를 만들어주면 그 다음은 정재훈 감독이 다 하는 거다. 사실 지난번에 영상자료원에서 처음 봤는데, 이정도로 스피커에서 베이스음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저도 오늘 보면서 이게 제가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볼륨을 이상하게 올려놨더라. 음악작업에 대해서 특별한 점은 딱히 말씀드릴 게 없다. 그냥 장면을 보면서 거기에 맞는 소리를 만들었다.


신은실: 감독님이 추가로 말씀해주실 게 있으신지.


정재훈: 사운드 울리게 한 거는 제가 의도해서 만든 게 맞다. ‘떠 있는’ 장면 같은 느낌을 주거나, 아니면 좀 저 혼자 그냥 생각한 거는 <에일리언> 식으로 뒤에서 쫓듯이 하는 장면이 필요해서 그렇게 배치했다. 기본적으로 제가 작업할 때는 구체적인 소리들을 가지고, 가령 <환호성>의 경우에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라거나 기계음들, 그 안에서 어울리는 소리들을 찾고 싶어하는 게 있다. <환호성> 때는 박다함 씨한테 이런 장면에서 이런 게 필요하고, 몸이 울리는 소리가 필요하다, 했었다.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는 본인이 만든 사운드가 아닌 것 같다고 그러는데, 영상자료원에서 봤을 때 보다는 두 개 더 올려달라고 그랬다. 극장에서는 영화를 틀 때 스피커가 찢어질까봐 걱정하시는 게 있다. 그래서 맞춰놓은 것보다 항상 낮게 트시기에 두 단계 더 높여달라고 한 게 이렇게 나온 것 같다. 몸이 울리는 건 제가 의도한 부분이 맞고, 그 부분들을 어떻게 배치한 건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장면들을 따라가는 와중에 이 부분에 필요하겠다, 이 부분에 필요하겠다 하는 식으로 한 것 같다. 특정 노동을 하는 장면에서 공간도 같이 울렸으면 좋겠다, 혹은 떠다니는 걸 블럭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떠다니는 걸 느껴지게 할 때, 그리고 에일리언 시퀀스, 그럴 때 그런 사운드를 썼다.



강덕구: 수렵인이나 용접공 내지는 혹은 개를 어떤 과정으로 섭외하셨고 어떤 동기로 이들을 섭외하고 싶다, 이들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그런 게 있다면 말해달라.


정재훈: 우선 이 영화가 구상을 시작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 찍다 보니 구상과 같이 이루어진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수렵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무수히 많은 사냥사이트들이 있다. 아니면 뭐 각종 통로를 해서 부탁드렸는데, 요구를 하면 보통 다 들어주셨다. 그리고 조선소 부분은 따로 섭외를 하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개들 중에 제가 이름을 아는 개는 쭈쭈랑 딘, 그리고 아하이다. 앞의 두 친구는 수렵 나갈 때 같이 나가는 친구들이고 아하는 집 개이다. (일동 웃음) 따로 어떻게 섭외했는지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은실: 개들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는 인간보다 더 중요한 피사체라는 생각이 든다.


정재훈: 찍으면서 생각했던 건, 개들이 감각하는 방법을 신기해 했던 것 같다. 특정 소리가 나면 갑자기 표정이 싹 바뀐다던지, 우리는 별 거 아닌 공간에서도 벌벌 떤다던지, 우리랑은 완전 다른 지각체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예쁘게 봤던 것 같고, 이 영화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소화를 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의자가 울린다던지, 아예 초반에 소리가 없다던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방법론 자체를 같이 가고 싶었다.


강덕구: 저는 개를 굉장히 무서워한다. 아주 조그만 개라도 있으면 돌아간다. 만지면 무섭고 물 것 같아서 피해가는데, 그래서 클로즈업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와 진짜 괴수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지각하는 방법이나 움직일 때의 모습, 개의 행동을 잘 포착한 것 같다. 그리고 조선노동자들이 용접할 때도 흥미로웠다. 특히 용접하는 모습에서 계속 불꽃이 튀는데 해를 계속 찍더라. 그 해랑 용접하는 불빛이랑 유사하게 보였던 게 재미있었다. 의도한 것인가.


정재훈: 용접장면을 보다가 해를 보는 건 제가 의도한 게 맞다. 여러가지 빛이 많이 나오니까. 그 와중에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했다. 사실 좀 이상할 것도 같다. 사냥이 있고, 조선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움직임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붙여질까,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 두개가 나란히 있을 수 있나. 저는 근데 여러 면에서 보았을 때, 산 속이나 블럭 안을 동등하게 찍었던 게 있다. 그걸 ‘갇혀졌다’라고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신은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집행위원


강덕구: 인터미션 장면이 두드러지는데. 이 이미지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는데, 컴퓨터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그 이미지가 등장할 때 재미있었다. 촬영본을 계속 빠르게 흘려보내는 장면이나,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제작하셨고, 이것을 만들 때, 아까 분명히 재미를 위해서 넣으셨다고 했는데, 굳이 다른 걸 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굳이 이걸 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재훈: 인터미션에 나오는 음악은 크레딧에도 나오지만, <파이널 판타지 7>의 클라우드와 세피로스의 마지막 대결 시퀀스랄지 그런 게 있다. 그거를 누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것을 제가 가져다가 전투 장면을 포함한 아름다운 엔딩까지를 다 썼다. 그거를 포함해서, 고승덕의 주식투자 라는 굉장히 옛날 프로그램이 있다. 그게 재미있더라. 그들이 가진 매커니즘이랄지 체계 자체가 웃기기도 하고, 웃음을 주겠는데, 싶었다. 웃음거리가 될만한 거라고 생각했다. 일기예보는, 우리가 가닿을 수 없는 것을, 자연은 사실 제일 힘든 거지 않나, 그거를 예측하려는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박진감 있다고 생각해서 세 가지를 같이 썼다. 화면이 늘려진다거나 하는 건 제가 따로 가지고 있던 데이터의 주파수를 가지고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고 그 다음부터 어디론가 가고 가까워지고 이런 것들을 좀 찍지 않고도 뭔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으로 즐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유머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아무도 웃지 않으시더라. (일동 웃음) 저 혼자 웃은 것 같다.


강덕구: 여태까지 러닝타임과 다르게 영화가 이번에는 세 시간을 훌쩍 넘는다. 세 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생각하신 이유나 직관이 궁금하다.


정재훈: 일단 러닝타임은 제가 이 영화 작업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좀 길다, 라는 의견을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저는 길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초반 한 시간 이십 오 분을 좀 잘라내거나 줄였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2부도 긴데 1부가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잘 따라가면 인터미션에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그렇게 느끼신 분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제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어떤 작업일 수 있겠다. 그리고 직관에 대해서는 저도 사실 설명하기가 힘들다. 한 시간 이십 오 분의 1부는 약간 ‘시간이 이상하게 간다’, 라는 의식을 미리미리 끈질기게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1차적인 목표였다.



글/ 데일리팀 이은빈

사진/ 행사기록팀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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