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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7 Daily 08_ [이슈기획] 여전히 희미한

  • 작성일2017.03.30
  • 조회수410

 









[이슈기획] ‘소수자’ ─ 여전히 희미한

2017년은 수많은 목소리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시작되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광장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인정되었다. 어떻게 해야 그 목소리들이 정확하게 대표될 것인가 하는 논의는 남았으나, 그 논의조차 광장의 성과다. 페미니즘은 논쟁을 낳았다. 그리고 이 역시 페미니즘의 성과다. 존재하지 않는다 무시되던 문제들은 인정되었다. 청년의 문제 역시 이제는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사회문제로서 다루어진다. 가시화 자체가, 사회문제로서 다뤄지는 자체가 목표였던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드러나는 자체가 목표인 이들이 수없다. 이들은 치열하게 존재 자체를 말하며, 자신의 일은 사회적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하루 또 하루>의 섹알마문 감독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보여준다. 주인공 ‘샤인’이 한국으로 오고, 일하고, 다치게 되는 9년의 시간 동안, 무엇 하나 개인만의 일인 것이 없다. 박시우 감독의 <있는 존재>의 주인공 도현은 FTM 트랜스젠더다. 말 그대로,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싶다.


<하루 또 하루> 스틸컷

섹알마문 감독은 <하루 또 하루>에서 주인공 ‘샤인’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삶을 드러낸다. 방글라데시에는 여섯 명의 가족이 샤인의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샤인은 사무실에서 일할 줄로만 알고 한국으로 왔으나, 플라스틱 공장과 가구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하루 일당이 처음에는 2만 7천원이었고, 이후에는 밤낮으로 일해도 한 달에 90만원을 벌 뿐이었다. 브로커에게도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3년이 지나고 나서야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언제, 누가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샤인은 잡혀서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땅을 팔고, 돈도 빌려서 한국으로 향했는데, 잡혀서 강제귀국을 당할 수는 없었다. 미등록 이주민 모두의 공통된 두려움이다. 출입국에서 단속을 나오면 모두 도망가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샤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넘어져 다쳤다. 동료 알럼바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현장으로 갔을 때, 샤인은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고, 알럼바이는 병원에 데리고 가려 했다. 출입국에서는 샤인을 우선 출입국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했다. 테러리스트라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럼바이는 그 이야기를 전하며 말한다. “테러리스트면 왜 이 동네에서 이렇게 불쌍하게 1년 넘게 살고 있어. 생활비도 없이.”



<있는 존재> 스틸컷

<있는 존재>의 주인공 도현은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이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했다. 스스로가 남자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레즈비언 카페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가는 이야기와 본인은 또 달랐다. 누군가가 ‘FTM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을 말하자, ‘이거구나’ 싶었다. 레이블이 붙는다는 것에 이견도 많지만, 이름이 있다는 게 존재를 인정받은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무서웠고, 정체성을 숨겨 한동안 여자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도현을 좀먹었다.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와 <있는 존재>의 감독과 인물들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존재의 가시화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글을 쓴다. 도현은 글을 쓴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단 한번이라도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쓴다. “내 가족, 친구, 선배, 후배, 제자가 성소수자일 수 있구나. 더 나아가 어쩌면 나도 성소수자일 수 있겠구나”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하루 또 하루> 스틸컷

샤인은 조용히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비자를 주고 안 주고는 한국 정부의 재량이에요.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감옥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지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는 건 안돼요”라고. 섹알마문 감독은 샤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따라가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일은 있는지, 샤인의 이주 이후 9년의 삶 안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이어질 시간 동안, 샤인 개인만의 문제인 것이 있는 것 같은지.

이주노동자들에게, 성소수자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시화를 위해 애쓰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 그리고 <있는 존재>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내레이션 녹음이 끝나고, 감독은 도현에게 이제 나와도 된다 고 말한다. 도현이 여기 있는 것들을 다 가지고 나가면 되냐고 묻자, 감독은 답한다. “그냥 너 나오고 싶은 대로 나와”라고. 부디 모두가 ‘나오고 싶은 대로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희미했던 존재는 점점 더 선명해지기를, 모든 당사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기를 바란다.


글/ 데일리팀 이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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