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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8 해외 프로그램 '싸우는 타자의 말과 몸, 이를 현시하는 카메라 - 하라 카즈오 특별전' 발표

  • 작성일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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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타자의 말과 몸, 이를 현시하는 카메라 - 하라 카즈오 특별전



인디다큐페스티발2018은 일본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하라 카즈오의 주요작과 신작 세편을 소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하라 카즈오는 1972년 <굿바이 CP>로 데뷔한 뒤 극영화 <다음날의 치카>(2004)를 포함해 8편의 작품만을 발표한 과작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하라는 일본 항복 두 달 전인 1945년 6월에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 전쟁에 나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후일 그가 만들 영화들에는 이러한 개인사와 더불어, 이를 배태한 일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사가 여러 겹 깔려 있습니다.


전후의 가난과 뒤이은 고도성장의 시대, 재혼한 어머니에게서 독립하여 고학하던 하라는 보도사진의 세계를 우연히 접하고 스무 살에 도쿄의 사진 전문학교에 입학합니다. 사진 학교 재학 중 방학 과제를 찍으러 신체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은 그는 졸업 후 뇌성마비 장애인이 중심이 된 ‘마하라바촌’ 코뮌 운동에 참여하고, 이곳에서 만난 장애인 청년들과 몇 년 뒤 데뷔작을 함께 만들게 됩니다. 코뮌 운동이 실패한 1968년 즈음, 하라는 일본 공산당에 동조적인 도립 장애인 간호 기관에서 일하며 계속 사진을 찍습니다. 그곳에서 <극사적 에로스>(1974)의 주인공인 타케다 미유키를 만나 동거하다 결혼하고, 1969년 첫 사진전 ‘바보 취급 하지마’를 엽니다.


자신이 근무한 기관의 장애인 소년들을 촬영한 첫 전시 작품들에서 장애인을 “연민과 계몽의 시각이 아니라, 건강한 이에 대립하는 적대적인 타자”로 이미 뚜렷이 인식했다는 영화사가 요모타 이누히코의 분석은 첫 작품 <굿바이 CP>에 그대로 이어집니다. 자신들의 돈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하라 감독에게마저 적대감을 드러내며 공공장소에서 무릎으로 걷고 시를 읊을 권리를 다투는 장애인들의 편에 그는 “가담”하지 않고, 촬영 행위가 구축하는 정치적 자장 속에 드러나는 카메라의 적대성을 봉합하지 않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속한 영토의 균열과 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농민 편에 적극적으로 선 일본 다큐멘터리의 태두 오가와 신스케가 보인 ‘가담의 논리’의 안티테제 격인 ‘적대의 논리’ 때문에, <굿바이 CP>는 지금까지도 종종 뜨거운 논의의 중심이 되는 작품입니다. 


첫 작품을 완성한 직후부터 하라 카즈오는 두 번째 작품 <극사적 에로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타케다 미유키와의 이혼, 이후 그의 모든 작품을 제작한 코바야시 사치코와의 결혼, 두 여성의 출산을 낱낱이 담아내 ‘사적 다큐멘터리’의 걸작으로 남은 이 작품은, 카메라 뒤의 제작자를 보는 자인 동시에 “보이는 주체”임을 깨닫게 합니다.


<극사적 에로스>의 예외적인 자기 반영적 진술 이후 오래 침묵한 하라 카즈오는, 1987년 <천황군대는 진군한다>를 발표합니다. 주인공 오쿠자키 겐조는 2차 대전에 징집되었다 뉴기니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뒤, 신의 사자임을 자임하며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고 수상 살해를 주창하기도 합니다. 그는 태평양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이마무라가 오쿠자키를 하라에게 소개하여 역작이 만들어졌습니다. 전쟁 중 자신의 상사와 동료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를 규명하겠다며 서슴없이 거짓을 꾸미는가 하면, 화를 돋우는 상대에게 거침없이 몸을 던져 폭력을 행사하는 괴인 오쿠자키는 “목적이 달성되면 수단인 폭력은 정당화”된다는 등 논쟁적인 말을 멈추지 않고 세계와 불화합니다. 하라 카즈오의 카메라는 <굿바이 CP>에서 그랬듯 대상이 거부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버티고, 때로는 주인공의 폭력을 슬로모션으로 강조하기까지 합니다. 개봉 때 일본 좌파와 우익이 모두 공격할 줄 알았으나 각기 다른 이유로 환대했다는 문제작 <천황군대는 진군한다>는, 타자의 말과 몸이 점유하고 다투는 영화적 시공 속에서 국가와 개인의 위계 구조를 투명하게 폭로하는 영화입니다.


그 뒤 작가 이노우에를 주인공으로 한 <전신소설가>(1994), <영화감독 우라야마 키리오의 초상>(1997), <나의 츠키시마>(1999) 등을 제작한 하라 카즈오는 이천년대 들어 처음 발표한 다큐멘터리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으로 2017년에 귀환합니다. 자본과 국가, 전쟁과 식민지 등 일본의 여러 모순이 집결한 오사카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십 수 년 동안 기록하는 영화는 215분 동안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몸을 현시합니다.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정치와 미학의 교차점은 ‘가담’과 ‘적대의 논리’를 넘어선 변증법의 경지에 이르러, 이젠 칠순이 넘은 하라 카즈오를 미나마타 환자들의 곁을 평생 지킨 다큐멘터리 감독 츠치모토 노리야키의 후예로 일컫게도 합니다. 공개되자마자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화제의 중심이 된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을, 당대의 다큐멘터리와 정치영화에 관심 있는 이라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더불어 인디다큐페스티발2018 기간 중에는 하라 카즈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울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굿바이 CP>(1972, 하라 카즈오)

<천황군대는 진군한다>(1987, 하라 카즈오)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2017, 하라 카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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