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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OF 2019 <오늘과 내일> : ‘오늘’과 ‘내일’ 사이, 흔들리는 현재진행형들

  • 작성일2019.06.03
  • 조회수601

SIDOF 2019 <오늘과 내일> : ‘오늘내일사이, 흔들리는 현재진행형들

김한얼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관객모니터단) 

 

 

청소년, 입시, 꿈을 다루는 방송이나 영화를 살펴보면 크게 몇 가지로 분류되곤 한다. 한국 사회의 교육제도,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내용, 힘든 가정적, 경제적 형편에도 불구하고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해나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그리는 내용, 혹은 공교육을 벗어나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담고 있는 내용 등이 있다. 그렇다면 영화 <오늘과 내일>(연출 유하은)은 이 중에 어디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얼핏 보면 두 번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영화 <오늘과 내일>은 이 모두에 속하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서있다. <오늘과 내일>의 유하은 감독은 영화감독인 엄마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그녀는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갈 법한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동아리 활동부터, 대외 활동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 하지만 영화 <오늘과 내일>은 꿈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녀가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집중하기보다, 고등학교 안에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순간을 담아내었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짠내 나는 학생들의 모습도, 그렇다고 한국 교육의 현실 속에서 피해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없는 이 영화는 애매한 위치 속에서 어떤 것으로도 포장되지 않은 청소년 그들의 얼굴들을 오롯이 담아낸다.

 

 


 

 

영화는 학생들이 새벽 1-2시까지 면학실에서 공부하고 나서도 핸드폰 라이트까지 켜가며 공부를 더 한다는 감독의 목소리, 수행평가를 완전히 망쳐버려 쓰고 있는 가면 뒤로 흘리고 있는 친구의 눈물, 새벽에 뺨을 때려서라도 자신을 깨워달라는 친구의 진심 반 농담 반이 섞인 요청을 차근히 담는다. 영화가 담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고군분투의 움직임인 동시에 씁쓸한 한국교육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 두 갈래의 양상을 다시 섞어버린다. 감독은 오히려 교육제도에 순응하며 스스로의 꿈을 대학진학으로 설정하는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살짝 빗겨 나와 영화제에 가는 친구들, 그리고 6교시 이후 수업에서는 숙면을 취하는 친구의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내기도 한다. 이렇듯 어떤 카테고리로도 정리되지 않는 인물들의 행보는 청소년을 다룬 영화나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사각지대를 비춘다. ‘그럼에도 오늘도라는 사각지대.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이 과연 이 길이 맞는지 살짝 의심도 해보지만,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오늘도, 감독과 그녀의 친구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었다. 영화는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나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감독 자신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증언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시간은 수능시계에 맞춰져있다. 수능 d-day가 되는 동시에 다음 해의 수능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오늘을 살지만 늘 내일을 위해 살아가야하는 청소년.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현재 직면한 일상의 고민과 소소한 행복을 모두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영화가 나에게 다가와 의미가 된 이유는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부딪히는 이러한 현재진행형들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또 다른 흔들림을 드러낸다. 유하은 감독은 엄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영화감독을 꿈으로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영화 내내 감독과 친구들의 입을 통해 그녀의 엄마는 영화감독으로서 소환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유하은이라는 개인이 어떻게 엄마의 언어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지를 함께 따라가게 된다. 카메라를 들기 어려운 갈등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엄마를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유하은 감독은 실제로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자극적인 상황들을 굳이 넣으려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그리고 친구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 순간, 그리고 촬영된 영상을 선택하는 순간, 감독은 수도 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엄마의 영화가 아닌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홀로 서는 방법을 익혀나갔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 감독은 현재 찍고 있는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찍고 싶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반려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엄마에 대한 존경을 그대로 담지한 채, 그녀는 자신의 영화만이 발화할 수 있는 언어들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인천에서 4년간 작은 청소년영화제를 기획하면서 청소년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꽤 있었다. 자신의 할머니를 다룬 <장영화 이야기>(김민석, 2017)부터, 대안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를 담은 <친구들>(김남주, 이성재, 2017), 그리고 영화감독을 함께 꿈꾸는 친구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가식 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로운 19>(이효정, 2017)까지.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연출적으로 부족하고, 더 다듬어야하는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담은 세상 속에는 정답이 없었고, 계속해서 변화했기에 생생함이 있었다. <오늘과 내일>의 마지막 장면에서 친구들은 각자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를 말하며 주문을 외운다. 머물러 있는 순간 꿈은 현실화 될 수 없다는 영화 속 주문처럼 오늘도, 내일도 감독의 삶과 영화는 생생하게 살아있었으면 한다. 또한 자신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 꿈 때문에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조금은 어색했던 유하은 감독의 목소리가 앞으로는 그녀의 영화 이미지 속에, 그리고 이미지와 함께 흘러들어올 사운드 속에 생생히, 더 촘촘히 담겨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