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 뉴스 >리뷰

      리뷰      

SIDOF 2019 <편안한 밤> : 잔혹한 공존

  • 작성일2019.06.03
  • 조회수387

 

 

SIDOF 2019 <편안한 밤> : 잔혹한 공존

 

장준혁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관객모니터단)

 

 

 

<편안한 밤>(연출 이준용)은 장위7구역을 둘러싼 강제 철거 이슈 가운데 철거민 조한정씨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장위동 인근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현장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연대와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었다. 다섯 차례에 걸친 강제 집행에 관한 조한정씨의 회고와 개인사에 귀를 기울이고, 투쟁 현장을 성실히 기록하면서 영화는 무거운 감정을 보는 이들에게 전이시킨다.

 

 

“밤에는 강제 집행에 대한 걱정을 일단 하나 접어둬요.” 오프닝 시퀀스에서 나지막이 들을 수 있는 조한정씨의 말이다. 편안한 밤이라는 것은 어떤 시간일까. 누군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할 테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소소한 즐거움을 가질 그 시간이, 영화의 주인공에게는 잠시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는 시간이다. 조한정씨가 밤에야 느낄 수 있는 이 편안함은 결코 보편적인 안정이 아니다. 오히려 일말의 희망조차 부재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잠시 숨이라도 한 번 고를 수 있는 시간이다.  ‘편안한 밤’ 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역설이다.

 

 


 

 

장위 뉴타운의 재개발·재건축 논란은 이미 언론과 방송 매체에서도 수 차례 다뤄진 사안이다. 그 중에서도 조한정씨는 1차 강제집행 당시의 할복 시도 사건으로 대중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편안한 밤>의 소재는 상당한 화제성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조한정씨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아내는 영화의 방식은 그를 투쟁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개인, 혹은 제도적 폭력 앞에 선 나약한 소시민으로 바라본다. 


또한, 영화는 조한정씨라는 특수한 인물을 놓고 강제 철거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건의 원인과 그 진행과정, 투쟁의 의의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조한정씨의 이야기와 개인적인 감정을 비추어 내는데 집중한다. 재개발 배경에 대해서도 조한정씨의 말을 빌려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을 제시할 뿐이다. 이 사건은 영화에서 다뤄지는 부분 외에도 많은 논점들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조한정씨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흐름에 의해 서사를 전개시킨다. 연대 투쟁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 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유령화된 장위7구역의 이미지들과 함께 하나의 풍경이 된다.  싸움이 격렬해지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꾸준히 조한정 씨를 비춘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업>의 모티브가 된 이디스 메이필드(Edith Macefield)는 주택 철거를 거부하며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이 소파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조한정씨도 이와 흡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의 애틋한 표정은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그 또한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듯 했다.  

 

  

 

 

조한정씨의 사연만큼이나 안타까웠던 점은 (그와 갈등하는) 재개발 조합원들 또한 조한정씨와 같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대립하며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조한정씨와 철거 반대 주민들이 그 안에서 버티면 버틸 수록, 조합원들의 금전적 손실은 날이 갈 수록 불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적 칼자루를 쥔 그들이 조한정씨에게 칼날을 세울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을 지킬 무기조차 없었던 조한정씨의 칼날은 자신의 복부를 향했다. 조한정씨의 절규 뒤에 잠깐씩이나마 등장하는 그들의 얼굴 또한 자본주의의 병폐에 원치 않게 찌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돈이 사람들을 서로 밀어내게 하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곳이다.

 

 

영화 내에서 언급 되듯이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주민 75% 이상이 찬성하면 합법으로 진행된다. 반대하는 나머지 소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조한정씨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성북구도, 서울시도, 법원도 외면한 그의 억울함을 카메라는 위험천만한 현장에서도 지켜준다. 이것이 언젠가 우리의 억울함이 될 수 도 있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반복될 수 있기에, 조한정씨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때문에 이를 기록하는 영화 또한 귀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