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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OF 2019 <스윗 골든 키위> : 유동하는 여성

  • 작성일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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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OF 2019 <스윗 골든 키위> : 유동하는 여성

신광호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관객모니터단)

 

  

 

 

전규리 감독의 <스윗 골든 키위>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주된 키워드를 우선 다음과 같이 꼽아 볼 수 있을 듯싶다. 하나는 ‘이동’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이다. 즉, <스윗 골든 키위>는 ‘이동하는 여성’에 관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뉴질랜드의 키위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두 여성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한 사람은 오래 전 뉴질랜드로 이주하여 줄곧 일하고 있는 감독의 고모이고, 다른 한 사람은 워킹 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얼마간 머물며 일하고 있는 어느 젊은 여성이다. 반면 뉴질랜드에서 포장되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그리하여 한국의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키위들은 마치 두 여성의 이동의 상관항처럼 상품으로서 그 자신의 이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인물의 모국인 한국에 대한 태도이다. 감독의 고모는 오랜 뉴질랜드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에 반해 젊은 여성은 한국으로부터 벗어나 계속해서 세계를 떠돌고 싶어 한다. 그녀는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 이를 테면 가부장적 가족의 분위기나 결혼, 출산 및 육아에 뒤따르는 경력 단절과 같은 한국 사회의 유리 천장에 관해 토로한다. 이는 그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일견 정착과 이동이라는 서로 다른 욕망이 두 인물을 각각 구별짓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고모를 주로 집 안에서 머물며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촬영하고, 젊은 여성과는 바깥을 함께 거닐며 헨드헬드로 촬영한다. 그러나 영화는 어딘가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한 인물과 어딘가로 이동하기를 바라는 다른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삶의 터전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혹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기에 떠돌기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두 인물 간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는 어떤 연결의 지점을 포착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분명 ‘이동’과 ‘여성’에 이어서 ‘노동’이라는 또 다른 항이 숨어 있는데, 포장된 키위들의 수출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움직임은 이를 암시하고 있다.

 

덧붙여 <스윗 골든 키위>가 감독 자신의 여행기라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동하는 여성이라는 테마에 감독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카메라와 어울리는 세로로 긴 화면으로 촬영된 쇼트들은 이 영화를 감독의 사적 여행기로서 바라보도록 하는 형식적인 틀을 제시한다. 공항 컨베이어벨트 위에 실려 가는 캐리어, 고모 집의 정원 여기저기, 주방에서 키위를 자르며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고모의 모습, 젊은 여성이 지내고 있는 방의 모습 등과 같이 촬영한 세로로 긴 화면비의 쇼트들은 여행자로서 감독의 사적인 정서에 접근하는 입구인 동시에 화면 속의 두 인물 사이 존재하는 어떤 느슨한 연결점을 화면 밖의 카메라를 쥐고 있는 감독으로까지 이어주는 출구이기도 하다. 그렇게 <스윗 골든 키위>는 여행기라는 형식을 통하여 ‘이동’, ‘여성’ 그리고 ‘노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사적인 차원에서부터 보편적인 차원을 아우르는 어떤 궤적으로 이어 보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