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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20_Daily_06 [GV] 국내신작전 15 미지의 과거와 마주치는 방법 - 기록과 기억을 되짚는 여정

  • 작성일2020.06.02
  • 조회수534

[GV] 국내신작전 15 미지의 과거와 마주치는 방법 - 기록과 기억을 되짚는 여정



‘국내신작전 15 미지의 과거와 마주치는 방법’ 섹션의 영화 세 편은, 사람들의 손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한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그 기록 위에 덮어 씌워지는 것들, 사라져 찾지 못하게 된 기록들을 말하는 세 편의 영화 <8mm>(연출 나선혜), <표해록>(연출 배혜원), <디어 엘리펀트>(연출 이창민)을 함께 들여다본다. 


세 편의 영화에는, 원래의 기획 의도가 빗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관찰이 담겨 있다.


영화 <8mm>의 나선혜 감독은 “저는 원래 영화제에서 자원활동을 하거나 스태프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되다 보니까,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듣게 됐고요. 그 수료작으로 만든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표류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기획안을 많이 바꾸기도 했는데 그때 제 옷장에서 캠코더를 발견했고, ‘이걸로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8mm>에서는 우리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과거의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주목한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창고에서 동아리방으로, 그리고 ‘나’의 방 옷장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온 캠코더에 담긴 이름 모를 아이의 동영상. 그 동영상에서부터 ‘기억과 기록의 관계’라는 난제의 해답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때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거나 그래?”

“공들여 화장을 하고 외출을 했을 때, 이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내 모습이 예쁠 때.”


나선혜 감독의 영화 <8mm>는 캠코더 속 동영상의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나’의 예전을 들여다본다.


“맞고 있던 나를 감싸줬던 가정부에 대한 기억. 계속해서 무언가를 먹었던 기억. 엄마가 베트남으로 떠나지 않기를 바랐던 아빠. 베트남에서 돈을 벌어야 했던 엄마. 하루 하루를 견뎌야 했던 언니. 오랫동안 들춰보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무언가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무언가가 사라지고 나를 과거와 연결시키면서 동시에 단절시킨다. 기록의 모습이 점점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열려 있지만 닫혀 있고, 긍정하지만 부정하고,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그런 사람의 모습”



<표해록>


<표해록>의 배혜원 감독은 “저는 전업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으로 살기 보다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목수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표류하는 것 같다는 생각들을 하면서 표류에 대해 공부해 보자, 표류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고, 장한철 선비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서 이런 작업이 나온 것 같습니다”라고 영화 <표해록>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각기 다른 시기, 세 남자의 표류기를 담은 영화 <표해록>은 1772년 장한철 선비, 1962년의 노동자 강광보씨, 그리고 2007년 모로코인 오마르의 표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4.3사건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의 국가 폭력이나, 지금 있는 곳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그들의 배를 떠미는 파도였다. 


“이때 배가 머물러 정박하지도 못했는데, 동풍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배가 바람이 몰아가는 대로 끌려 서쪽 큰 바다로 표류해 갔다.”

“그 당시에 제주도 사람들이 왜 일본을 많이 가게 됐느냐 하면, 4.3사건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일본으로 도망간 사람이 많거든. 도망가서, 친척 되는 분, 부모를 찾아가는 사람, 그래서 일본으로 밀항하는 사람들이 그 당시에는 많았거든.”

“7년이 지나고 저는… 사회적인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죠. 지하철을 타면 그런 걸 느꼈죠. 사람들이 많은데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죠. 사람들의 시선에서 늘 그렇게 느꼈어요. 사람들은 언제나 제가 뭘 하는지 지켜보는 것 같았고. 어쩌면 제가 편집증이 생겼는지도 모르죠.”


영화는 그들의 표류기를 통해 희망으로 시작한 여정이 불안과 배제로 얼룩지는 과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표류기 속에서 ‘정주’라는 관념을 이끌어낸다. ‘세상의 맹렬한 남풍과 비와 파도 속에서 곡식을 털어내는 키질을 당하듯이 흔들리는’ 그들의 여정은 영화 <표해록>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디어 엘리펀트>

‘국내신작전 15 미지의 과거와 마주치는 방법’ 섹션의 마지막 영화인 <디어 엘리펀트>(연출 이창민)은 태국으로 처음 이주한 한국인 이경손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창민 감독은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 학교에서 한국과 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서 태국의 출라롱콘 대학과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을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그 지도를 하게 위해서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제가 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태국으로 처음 이주한 한국인이 누굴까’를 찾아보니까, 그 사람이 실제로 조선인 최초의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의 흔적을 찾아 나가고, 또 결국엔 찾지 못하는 것을 단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고 영화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당신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은, 저 나무들 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늦게 당신의 아버지를 찾아온 것일까요? 아니, 애초에 그 기억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당신은 꽤나 실망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곳에 간 것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가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좌절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기록과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는 미지의 과거와 조우한다. 과거에서부터 흘러왔지만 기록과 기억은 들출 때 마다 그 모양을 달리하기에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국내신작전15 미지의 과거와 마주치는 방법’ 섹션의 영화 세 편은 관객과 함께 기록과 기억을 되짚는, 미지의 영역으로의 여정을 떠난다.



글/ 데일리팀 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