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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초점      

옥주기행

감독
김응수
작품정보
2016 | 158min | 컬러 | DCP | 영어자막

 

시놉시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멜로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닌, 강원도 정선 어딘가의 산골에서 노부부가 부르던 정선아리랑을 남자 주인공이 녹취하던 장면이었다. 나는 그때 이 영화를 보면서 연애가 아닌, 왜 이 소리에 전율하는지를 내게 물었다. 그때 나는 겨우 30대였다. 그리고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처럼, 이상한 마을을 알게 되었다.

 

연출의도

진도에서의 1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소리는 서양음악에 심취했던 나에게 존재론적 내파를 울렸다. 그것은 듣는-음악이 아니라 보는-음악이었고 복제 불가능한 순간의 음악이었다. 1년이 지나고서야 나는 내가 찍은 것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유명한 사람들의 무대공연이거나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행위들이었다. 삶 속의 소리는 이미 죽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버리고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없다면 그 흔적이라도 찍고 싶었다. 보존해야 하는 것은 선택된 사람들의 명예가 아니라 삶 속의 예술인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나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도는 소수의 문화권력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예술로부터 소외시켰다. 그래서 이름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폐허의 풍경을 만났다. 무대와 객석이 사라진 난장판을 만났다.

 

프로그램노트

어둠 속에서 우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진도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는 남자. 그 곳의 소리에 심취해 카메라를 들었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잘못 찍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삶 속의 소리, 삶 속의 예술의 흔적이라도 담기 위해 이름 없는 사람들, 폐허의 풍경, 무대와 객석이 사라진 난장판을 만났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끝날 즈음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진도 바닷길 축제에서 사람들이 연등을 날리는 장면이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무대와 객석이 사라진 난장판 속에서 어우러져 있다. 우리는 마지막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전에, 우리는 남자를 따라 폐허의 풍경과 만나야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영화 <옥주기행>에서 폐허의 풍경이 두드러지는 챕터는 1부에 해당한다. 인서트를 제외하면 1부의 처음과 끝은 모두 장례식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늙고 병들어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 삶,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삶들과 함께 잊혀질 위험에 빠진 삶 속의 소리들. 1부를 열고 닫는 진도의 풍경 인서트들 위로 들리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비롯해서 분명 이 챕터에는 죽음과 폐허의 인장이 가득하다. 하지만 거대한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반딧불의 모습이 보이듯, 무대 위 선택된 이들의 의도된 예술이 아닌 삶 속의 예술의 흔적을 담고자 하는 카메라는 이 죽음과 폐허의 풍경을 이미 완결된 쇠락의 상태가 아닌, 하강의 움직임으로, 여전히 진행 중인 희미한 불빛들의 움직임으로 포착해낸다.
장례식(1부)에서 출발했던 영화는 소리꾼들의 신명 나는 뒷풀이(2부)를 거쳐 어느새 새해의 소망을 비는 정월 대보름 굿과 각자의 소원을 연등에 띄워 날려 보내는 바닷길 축제(3부)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수면 아래 잠겨 더 이상의 앞날은 없을 것만 같던 바다(1부)는 육지와 뒤섞여 미래에 대한 소망을 비는 자리(3부)가 되었다.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객석과 무대가 뒤섞이는 순간들이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동안에 말이다. 바로 그러한 순간들 속에서, 그러한 순간들을 담아내려는 카메라의 노력 속에서, 새 육체를 찾아 떠도는 소리는 계속해서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전문사 수료
김선명

 

감독소개

김응수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96년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2002년 <욕망>, 2005년 <달려라 장미> 등의 극영화를 연출하고, 2006년 극과 다큐의 경계를 탐험하는 <천상고원>을 만들며 영화의 양방향과 경계 허물기를 추구하였다. 2008년 <과거는 낯선 나라다>(다큐), 2010년 <물의 기원>(극), 2012년 <아버지 없는 삶>(다큐), 2014년 <물속의 도시>(다큐), 2017년 후반작업중인 <우경>(극) 등은 그런 탐험의 결과물이다. <옥주기행>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이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1997)
<욕망>(2002)
<달려라 장미>(2005)
<천상고원>(2006)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8)
<물의 기원>(2010)
<아버지 없는 삶>(2012)
<물속의 도시>(2014)
<옥주기행>(2016)

 

제작진
제작     김응수 
촬영     김응수 
편집     김응수  김백준 
사운드     이주석 
테크니컬 슈퍼바이저     박기웅  

 

상영이력
2016 DMZ국제다큐영화제

 

배급정보
김응수 | eungsu_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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