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 존 지안비토 특별전 > 작품정보

      존 지안비토 특별전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바람

감독
존 지안비토
작품정보
2007 | 58min | 컬러 | HD CAM | 한글자막

 

시놉시스

많은 격찬을 받은 다큐멘터리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바람>은 미국 식민지 시대로부터 현재까지를 각 시대의 묘지와 현판, 표지 등을 통해서 미국의 진보적인 역사를 시각적으로 명상하는 서사시이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영향을 받은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바람>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무언의 서약서이자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특별한 경험이다.

 

연출의도

한 촬영지에서, 사라 그림케의 이름과 날짜를 그의 매부인 테오도어 웰드의 묘비에서 - 신기하게도 그의 아내인 안젤리나의 이름은 발견할 수 없었다 - 보기 전까지는 아무런 징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내가 조사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 행방을 확인할 때마다 모두 화장되어 그 재가 어딘가에 뿌려지거나, 가족 납골당에 묻혀있거나, 아니면 행방조차 묘연해져 있었다. 역사 속의 적지 않은 사람들 - 가나의 W.E.B. 뒤 보아, 자메이카의 마커스 가비, 모나코의 벤자민 터커, 모스크바의 빌 헤이우드 등 - 이 자신의 나라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낌없는 찬사와 감사를 받아야 마땅한 이들이지만 많은 경우 지금까지 그 노력이 기록되거나 전해지지는 않았다. 혹은 기록되었더라도 기억에서 잊혀졌다.
마지막으로,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바람>은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데에 그치기보다는 관객들이 생각을 하게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이 투쟁에 대해 바칠 수 있는 아주 작고 소박한 헌사이다.

 

프로그램노트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바람>은 미국에서 싸우다 죽은 이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그들의 투쟁에 경의를 표하는 사유와 헌정으로서의 실천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2004년 여름부터 2006년 가을까지, “미국의 진보적 과거”의 흔적을 찾아, 존 지안비토는 미국 전역을 횡단했다. 지안비토에 따르면, 무덤만큼 잃어버린 생명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는 없다. 그는 이미 땅 속에 누운 자들의 역사에 살아있는 자들이 가닿아 느낄 수 있도록 되살리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윌리엄 포크너의 경구를 염두에 두었다. “과거는 죽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일도 아니다.” 한편, 역사가이며 활동가이기도 한 하워드 진은 근년에 쓴 에세이 ‘역사가 창조적인 것이라면 If History is to be Creative’에서, “우리의 미래는 과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달렸다”고도 했다. 그리하여, 지안비토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염두에 두고, 역시 과거를 현재화하기를 이 작품에서 시도한다. 과거를 지금·이곳에 불러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안비토에 따르면, 시를 쓰는 것이다. 감독과 <시네마 스코프>와의 인터뷰(2007년 가을호)에서, 이 영화가 “진보적인 과거”를 향한 작은 시가 되기를 바랐다고 밝히며,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 ‘파르티잔’의 가사를 인용하기도 한다. “바람, 바람이 분다 / 무덤 사이로 바람이 분다 / 자유는 곧 오리라.”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채 떠나지 않은, 혹은 떠나지 못한 망자들은 할 얘기가 너무 많지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살아있는 이들의 귀에 대고 산문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람결에 실려 오는 그들의 목소리를 달리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물론, 일반적인 역사기술처럼, 문자 언어가 전달하는 공동체의 지식과 집단기억을 전수받는 방법도 있긴 하다. 책을 쓰고 읽는 행위 대신, 영화가 어떻게 역사를 담지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도 이 작품을 구상하는 지안비토의 화두가 되었을 터이다. 미국사를 관통하는 묘비를 지닌 무덤들과 공공 기념물 숏이 장면 대부분을 이루어진 이 영화는, 기억과 기억들을 엮으며, 그 사이에서 싸움의 기억을 부른다. 여성, 선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 탄광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시간들. 즉 ‘빵과 장미’ 항쟁, 마더 존스와 세자르 차베스, 말콤 엑스에 이르기까지 파업과 저항에 참여하고 학살당한 이름들이 지닌 기억과 시간이 지층처럼 묻혀있는 장소들을 담는 그의 카메라는,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을 미국사 초기의 정신들이 들려주는 시로 옮겨준다.
이 영화에서 시적인 리듬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의 울림은 시각 이미지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 지안비토는 망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거나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쓰는 내레이션과 자막을 채용하지 않았으며, 카메라도 최소한으로만 움직인다. 그토록 진중히, 장소들을 떠돌며 다시없을 경험의 시간을 선사하는 영화는, 잔혹하게 학살당할 줄 알면서도 “이윤 동기”를 위한 착취에 완강히 저항했던 이들의 이름과 삶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작금의 지식 체계 속 구멍을 명징하게 밝힌다. 또, 이러한 지식의 위계를 양산해 온 기존 ‘역사 다큐멘터리’의 형식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이는 곧 지금 이곳에서의 항거와, 영화라는 매체가 수행하는 저항으로 이어진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집행위원
신은실

 

감독소개

존 지안비토
존 지안비토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영화 감독, 교육자 겸 큐레이터이다. 그의 영화들은 토론토 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FID 마르세유, BAFICI, 런던영화제, MoMA, 퐁피두 센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앤솔로지 필름아카이브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 상영되었다. 200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영화제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이 밀레 오키 영화제에서 최초의 존 지안비토 회고전이 열렸다.

 

제작진
제작     존 지안비토 
촬영     존 지안비토 
편집     존 지안비토 

 

상영이력
2007 벨포트국제영화제
2008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2008 전주국제영화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