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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초점      

소성리

감독
박배일
작품정보
2017 | 89min | 컬러 | DCP | 한글자막 | 영어자막

 

상영시간표

상영일 상영시간 상영관 부가정보
2018.03.22(목) 13:0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2018.03.27(화) 17:3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시놉시스

쏟아질 것 같던 별이 해가 뜨며 사라지고, 등 굽은 의선이 유모차에 의지해 마당을 느린 걸음으로 돈다. 순분은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깨를 심고,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는 순분의 손과 발에 흙이 가득 묻어있다. 금연은 모를 심고 있는 상희의 새참을 준비해 논으로 향한다. 금연과 상희는 작은 수풀이 만들어낸 그늘에 앉아 중참을 먹으며 까르르 이야기를 나눈다. 회관에서는 여럿이 둘러 앉아 밥을 먹고, 화투를 치고, 새근새근 낮잠을 청한다.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소성리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간다.

‘삐이~ 삐이~’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 여러분. 사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세요.” 순분이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2017년 4월 26일 소성리는 경찰의 군홧발과 미군의 비웃음으로 사드가 배치되면서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졌다. 전쟁을 막겠다고 들어온 사드는 소성리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렸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주민들은 사납게 움직인다.

 

연출의도

소소하게 농사를 지으며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던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되면서 마을이 전쟁터가 되었다.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주민들은 마음 속 깊이 싸매고 있던 감각의 봉인이 해제됐다. 전쟁을 경험하고 이후 지독한 가난을 겪으며 빨갱이 프레임 속에서 평생을 숨죽인 채 살았던 소성리 주민들, 그들에게 ‘전쟁’과 ‘안보’는 ‘공포’의 다른 이름이다. ‘사드’는 소성리 주민들에게는 나라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 봉인 돼 있던 전쟁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문이었다. 그 문은 전쟁 이후 가난과 불안을 재 감각하게 하는 무서운 통증의 시작이다. 한동안 꾸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악몽을 다시 꾸게 만드는 고통이다.
영화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 새겨진 개인의 삶과 전쟁의 상흔을 따라간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침묵하며 평생을 살아왔던 이들의 마음 속 풍경을 들여다보고, 평화를 바라는 그들의 의지를 담담히 담는다.

 

프로그램노트

산새가 울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은 밤에는 가로등 불빛보다 별이 더 많이 헤아려질 정도로 공기 좋고 물 맑은 마을 ‘소성리’다. 소성리 할머니들은 굽은 허리를 하고선 땅을 고르고, 모종을 심고, 농작물을 수확한다. 고된 농사일을 잠시 쉴 때는 건강을 위해 틈틈이 ‘힘뇌체조’를 하고 유모차에 의지해 앞마당을 돈다.
평화로워 이게 평화인지도 몰랐던 마을에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하고 낯선 물체가 들어온다. 정부와 언론은 이것을 국가 ‘안보’를 위한 방어 무기 ‘사드(THAAD)’라 한다. 평범했던 일상의 터전이 한순간 국가 안보를 위한 전초 기지가 된다. 이제 마을은 사드 장비를 막는 주민들과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외부인들이 들어와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가 된다. 박배일 감독은 투쟁 현장 속 할머니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생생히 기록한다.
“사든가 뭔가” 때문에 할머니들의 들고, 밀고, 뽑는 힘이 농사가 아닌 사드 장비를 막는 데 총동원된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할머니들이 매일 돌봐야 할 농작물을 버려둔 채 건장한 경찰들에 맨몸으로 맞서 싸운다. 하지만 경찰 병력과 미군 장갑차를 막기에는 역부족. 결국 자신들의 터전에서 뿌리뽑힐 위기에 있는 할머니들은 아스팔트 위에 드러눕는다.
“죽어도 막아야 된다”고 울부짖는 할머니들. 그 말은 영화 중반에 나왔던 한 장면과 맥락이 닿아있다. 마을 회관에 둘러앉아 수확한 깻잎을 차곡차곡 겹쳐 노끈으로 묶는 작업을 하는 할머니들. 한 할머니는 깻잎을 한 장이라도 뒤집어 묶으면 꺼끌꺼끌해서 양념이 잘 안 든다고 “암만 바빠도 옳게 해야지”라 말한다. 사드를 막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적인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국가 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할머니들에게는 ‘옳은’ 일이다.
영화 초반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마을이, 후반으로 갈수록 극우 세력의 확성기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태극기(와 미군기)를 든 국민”이 할머니들을 “빨갱이”, “종북 좌익 세력”이라 단죄하며 몰아내려 한다. 마을은 이미 6·25전쟁의 피로 얼룩져 있었다. 사드로 인해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던 전쟁의 트라우마가 다시 현재 시제로 회귀한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사드 장비를 막아선다. 자신들의 겪은 전쟁의 아픔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다.
촛불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소성리’에 또다시 사드 추가 배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들이 간과한 게 있다.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전쟁 중에 가장 강하게 발현된다는 것. 따라서 소성리 할머니들의 외침은 사드 가고 평화가 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감독소개

박배일
현재 오지필름에서 활동 중이다. 옆집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큐멘터리 <그들만의 크리스마스>(2007)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그들만의 크리스마스>(2007)
<내사랑 제제>(2008)
<촛불은 미래다>(2009)
<잔인한 계절>(2010)
<비엔호아>, <나비와 바다>(2011)
<밀양전>(2013)
<밀양아리랑>(2014)

 

제작진
제작     오지필름 
촬영     박배일 
편집     박배일   

 

상영이력
2017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2017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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