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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밤

감독
이준용
작품정보
2018 | 20min 19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상영시간표

상영일 상영시간 상영관 부가정보
2019.03.23(토) 15:3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2019.03.25(월) 13:0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시놉시스

그는 밤이 편안하다고 했다. 낮과 다르게 밤에는 강제집행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장위7구역의 마지막 남은 주민 조한정씨의 이야기다. 지금 그가 살고 있고, 살기 위해 버티는 집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86년도에 그를 위해 지어준 집이다. 2016년 초, 재개발 사업 승인 인가가 떨어지고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자 이주는 현실이 되었다. 철거는 시작되었다. 그런 그에게 ‘밤’은 강제집행의 위협이 없는 유일한 시간이자 과거를 회상하고 평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어둡다는 거. 밤은 지저분한 것들도 다 가려주잖아요.” 강제집행을 하루 앞둔 밤, 조한정씨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출의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딜 둘러봐도 아파트 뿐입니다. 저도 30년간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습니다. 땅에 대한 욕망, 아파트에 대한 판타지는 그야말로 폭발 직전 입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이 아파트 이전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삶의 공간 위에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밀어내기’를 시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침탈의 낮과 평온의 밤의 교차를 통해, 조한정씨의 삶과 투쟁을 통해 이 같은 고민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프로그램노트

밤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등장한다. 장위7구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주민인 조한정이다.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밤의 시간에, 그는 강제집행의 위협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 그리하여 그에게 밤은 안식의 시간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낮은 밤을 밀어내고, 가려졌던 면들을 우리 앞에 훤히 내보인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낮이 오자 하나의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질적인 태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이에게 공간은 물건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보다 더 큰 값이 보장되어야만 공간의 가치가 살아나고 이에 공간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주택의 자리를 새로운 아파트가 차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아파트의 자리에는 보다 새로운 아파트가 자리한다. 이 값의 논리 안에서 낡아 보이는 것들은 쉬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공간은 시간을 머금은 것으로, 이를테면 그의 집 앞마당에서 자라는 감나무와도 같은 존재이다. 단 2개의 감만 열리던 감나무가 세월을 함께하며 결국에는 700여개의 감을 내어다 줄 때, 우리는 나무가 서있는 그 곳에 시간이 서려있음을 느낀다. 그의 아버지가 손수 지어줬다는 집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설계하고 올린 집에는, 벽돌 하나에도 세월이 맺혀 있을 것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공간을 통해 현상되는 순간, 공간은 더이상 값으로 치환될 수 없다. 그것이 그가 그의 집을 떠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낮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정해진 시각에 찾아오고, 낮과 함께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면 곧 장면이 어지러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그의 집 앞에서 연대를 표명하며 몸으로 바리케이트를 치지만, 다른 누군가는 양복과 조끼를 입은 채 그의 터전으로 성큼 들어선다. 비슷한 또래일 청년들이, 한때는 공존을 도모했을 주민들이 양 갈래로 나뉘어져 대립한다. 이내 우리는 이 장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하지만 재개발조합이 해당 지역의 토지수용권을 가지고 있고,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공간은 무엇이며, 공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공간에 담긴 시간이 부정당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자세는 무엇인가.
사지가 들린 채 집밖으로 쫓겨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모두가 예상했을 결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금 그의 공간 안에 쌓인 시간을 긍정한다. 철거가 진행된 장위7구역을 바라보며 그가 ‘다 철거되어 없어졌어도 내 집이 있던 위치는 알아보겠다’고 말하는 순간, 공간은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모든 것이 허물어져도, 시간을 품은 공간이 무너져도, 기억만은 공간을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기억으로 공간을 지켜내는 그의 앞에 그를 기록하는 카메라가 있다. 자본이 공간을 부정할 때, 값의 논리가 시간의 축적을 무너뜨릴 때, 공간을 지키는 우리의 마지막 자세는 기억과 기록의 자세가 아닐까. 그 기억과 기록의 자세가 무너진 시간과 공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바라본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프로그램팀
나선혜

 

감독소개

이준용
천방지축 다큐멘터리 키드 이준용. 여러분 다큐멘터리 좋아하세요? 저도 좋아합니다.
연출
●<돈 벌 시간>(Money problems, 2016)
●<캥거루 남매>(Kangaroo kid, 2017)

조연출
●<앨리스 죽이기>(To kill Alice, 2017) : 인디다큐 페스티발 2018 관객상

 

제작진
제작     김상규 
촬영     권순현 
편집     이준용 
     

 

상영이력
2018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뉴필름메이커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