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 올해의 초점 > 작품정보

      올해의 초점      

적막의 경관

감독
오민욱
작품정보
2015 | 20min 58sec | 컬러+흑백 | MOV | 영어자막

 

상영시간표

상영일 상영시간 상영관 부가정보
2019.03.22(금) 14:0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2019.03.25(월) 19:3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시놉시스

1. 산을 깊게 파고 들어간 계곡에서 시작하는 물의 줄기. 그 표면의 잔상과 수면아래 작은 생명체. 정지된 숲과 바위. 이 경관을 스치며 뚫고 들어간 왕복 2차선 도로. 그 끝에 보이는 추모공원. 적막의 경관.
2. 과거에 파묻어 버린 현재. 관성적인 희망으로 채워질 미래. 멀어진 과거로부터의 현재. 다가올 미래로부터의 현재. 과거와 미래가 무수히 만나는 순간의 연속적인 현재. 적막의 현재.

 

연출의도

이 영화는 지난 몇 년간 부모님의 고향인 경상남도 거창에 벌초(伐草)를 위해 드나들며 경험했던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 속 이미지들의 채집과 배치는 자연-공간위에 세워진 특정한 인공-장소와 벌초라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 나의 주관적인 경관-해석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에게 직면한 끝나지 않은 사건과 재난을 조심스레 꺼내보려고 한다.

 

프로그램노트

<적막의 경관>은 부산을 중심으로 공간 속 감춰진 시간들을 탐구하며 대항기억을 써내려가고 있는 오민욱 감독이 <4.16 옴니버스 프로젝트>(2015)에 참여해 공개했던 단편이다.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영화는 과거 국가 폭력적 재난의 한 사례를 현재로 불러와 반복되는 죽음을 상기시킨다. 벌초를 위해 지난 몇 년간 부모님의 고향인 경남 거창을 찾았던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1951년 거창, 산청, 함양 등에서 발생한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다. 그러나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적막의 경관>에서 당시 학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기대하긴 힘들다. 거창사건 추모공원이 등장하지만 그곳에 기록된 사건 개요에 이 영화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영화가 역사를 탐구하는 방식은 완결된 서사와 이미 주어진 상징에 기대는 게 아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이 거창을 드나들던 도로를 차 안에서 찍은 롱테이크 쇼트를 볼 수 있다. 이 시퀀스는 영화 후반부에 수미상관 방식으로 다시 이어진다. 그런데 이 롱테이크 쇼트 위에 다른 화면이 동시에 겹쳐 재생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전작 <재>와 <범전> 등에서 감독이 자주 사용한 이중인화 기법이다. 겹쳐진 화면 또한 한적한 도로를 차를 타고 이동하며 찍은 장면인데, 대신 뒤로 되감으며 재생되고 있다. 이 이중인화가 주는 효과는 우리가 차를 타고 앞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우리가 지나온, 뒤로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는 것들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진보의 폭풍에 휩쓸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떠밀려 가면서도 그 반대 쪽 폭풍의 잔해들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는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고요하고 쓸쓸함, 의지할 데 없이 외로움’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갖고 있는 적막은 60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채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학살 장소, 그리고 그 일대를 관통하는 인적이 드문 도로, 나아가 학살 사건 추모를 위한 기념관의 경관까지를 그려내는 감독의 심상이다. 역사의 천사가 쓸쓸한 눈빛으로 거대한 진보의 수레바퀴에 의해 파괴된 잔해들을 바라보는 태도를 취해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소비될 수 있는 이미지들에서 역사를 길어 올린다.
우리는 영화 중반부에 완전한 적막과 함께 잔잔한 수면 아래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이미지와 마주한다. “공비는 고기, 주민은 물”이라며 거창 사건 당시 공비토벌작전을 주도했던 11사단장 최덕신의 말, 그리고 수많은 생명과 함께 고요한 바다 아래로 잠긴 세월호의 이미지와 겹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완전한 적막을 마주하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보통 우리는 적막을 피하기 위해 일상의 소리에 몸을 맡긴다. 도로를 서둘러 빠져나오는 차 (역시 뒤로 되감아 재생된다) 안에서 라디오 소리와 내비게이션 소리에 안도하는 누군가의 한숨이 들리는 장면이 뒤를 잇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영화는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오히려 더 깊숙한 적막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고, 덕분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멀어지는 과거를 함께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 웹진 리버스
김선명

 

감독소개

오민욱
자본주의와 냉전, 도시와 개발, 그 언저리에서 선택되거나 배제된 형상들은 무엇인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질문하고 있다. 6월 항쟁, 부산미국문화원방화사건, 백악기에 형성 된 암석군, 부산의 기지촌, 거창양민학살사건 등에 관한 작품이 그 실천의 결과물들이다.
상 (2012)
재 (2013)
범전 (2015)
적막의 경관 (2015)

 

제작진
제작      
촬영      
편집        

 

상영이력
2015 부산독립영화제
2016 전주국제영화제
2016 DMZ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