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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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 라힐맘

감독
로빈 쉬엑
작품정보
2019 | 40min 20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시놉시스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혜나는 방글라데시 출신 남자인 나와 결혼했다. 그리고 예쁜 아이, 라힐이를 낳아서 한국에서 기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사는 한국인이지만 언제나 이방인 취급을 받는 혜나, 그녀는 방글라데시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디에서도 이방인이다. 이것은 한국에 사는 한국 가족 이야기이다.

 

연출의도

여기 김혜나가 있다. 그녀가 항상 듣는 얘기.
“와~ 한국말 참 잘하시네요, 정말 한국 사람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한국 사람이다. 단지 외모가 좀 다르고, 아버지가 외국인일 뿐.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듣는 이야기. 앞으로도 끊임없이 들을 이야기. 한국 사회는 언제쯤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에 갇혀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주변부로 계속 밀어내고 있다. 진짜 한국인이란 뭘까? 피부색, 언어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완성되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프로그램노트

제주에 살면서 섬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공항을 자주 이용한다. 출국장 보안검색대로 들어가려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누어진 입구 앞에 서면 많은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독일에서 비시민권자로 살았던 터라 내가 내국인이라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외국인’ 표지판의 영어 병기를 볼 때면 언제나 가슴이 답답해진다. 왜 ‘non-Korean(비(非)한국인)’ 혹은 internationals(국제시민)’ 이라는 말 대신 ‘foreigner(외국인)’ 이라는 말을 쓸까. 나는 ‘이물의’ 혹은 ‘이질적’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Foreign(외국의)이라는 형용사가 공공장소에서 쓰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혈연적 동질성 밖 어떤 존재도 이질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이분법의 논리가 제도적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 같아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 내국-외국, 여성-남성, 정상-비정상으로 시작되어 확장되는 이분법의 서사는 국가라는 관리자에게 편한 것일지 몰라도 이곳에 사는 우리에게는 언제라도 내가 그 서사의 피해 당사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야기한다. 사람들은 더 큰 공집합 안으로, 궁극적으로는 국가라는 집단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이 되지만 가시지 않는 불안함은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표출된다. 처음 본 사람에게 묻는 ‘어디에서 오셨어요?’라는 인사말은 ‘너는 나와 같은 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갖고 상대방에게 ‘네가 누군인지를 증명하’게 만들어 ‘나를 이 불안감에서 해소시켜’달라는 폭력적인 존재 증명의 강요이다. 같은 맥락에서 ‘여자예요, 남자예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혹은
‘나이가 몇이에요?
’ 따위의 질문을 관습적으로 할 때 사실 질문자는 국가의 통제 질서를 대신 수행하는 대리인으로서만 존재하는 셈이다. 상대방뿐만 아니라 본인의 주체성까지 지우는 감시의 언어를 굳이 무례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가끔 무심결에 내뱉는 이 질문들은 호기심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매번 반복해서 듣게 되는, ‘너는 나와 다르다’라는 확인 절차다.
영화에서 혜나는 아들 라힐이 출생함으로 본인이 겪어온 이 무례함을 되돌아본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잘한다는 칭찬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진짜?’라고 되묻는 의심도, ‘아버지가 방글라데시인,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인이다’라는 설명이 지겨워 그냥 외국 사람이라고 말하며 단념해버리는 것도 라힐은 겪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라힐은 더 복잡한 설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더 오랜 세월 살아왔음에도 한국 국적 취득이 힘든 방글라데시 국적 할아버지와 아버지, ‘혼혈’인 어머니와 그 형제 등. 가족 중 누구도 ‘순혈’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혜나가 편히 혜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남편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로빈은 거실에 맞은편에 앉은 혜나에게 계속 바라는 바를 묻는다. “어땠으면 좋겠어? 라힐이는 어떻게 자랐으면 좋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혜나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것을 보는 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혜나는 바란다. “외국인이 사는 집이 아니라 우리 집, 혜나네 라힐이네 집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어느 동네 사는 누구라고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어.” 혜나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조심스레 말을 걸면 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아직 모르지만, 당신과 나 사이엔 아마도 공통의 관심사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이름을 묻는 관계가 되면 되는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프로그래머
김성은

 

감독소개

로빈 쉬엑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장편 <로니를 찾아서> 등에서 영화배우로도 활동을 했으며, 배우의 꿈도 계속 키워가고 있다.
- 2008년 장편극영화 <로니를 찾아서> 공동 주연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심사위원 특별 언급, 극장 개봉작)
- 2013년 단편극영화 <이상한 나라의 산타> 주연, 각본, 감독
- 2013년 단편극영화 <파키> 주연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 2014년 장편극영화 <도희야> 단역 (극장 개봉작)
- 2015년 단편다큐멘터리 <목따르 마마> 촬영, 편집, 감독
제작진
제작     정소희 
촬영     로빈 쉬엑 
편집     로빈 쉬엑  정소희  
음악     데자뷰 
녹음/믹싱     sWAN 
번역     제프 
상영이력
2019 이주민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
배급정보
로빈 쉬엑 | rahilshie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