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 프로그램 > 국내신작전 > 작품정보

      국내신작전      

해협

감독
오민욱
작품정보
2019 | 126min 40sec | 컬러 | DCP | 한글자막

 

시놉시스

지난 새벽 화롄에서 지진이 발생했어요. 중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매몰되었다고 해요. 이곳 타이난을 덮친 지진으로부터 꼭 2년이 되는 날이에요. 대지가 요동치던 그 날 새벽은 쉽사리 잊히지가 않아요. 제 고향 난터우에서 일어났던 지진을 어머니는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때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겠죠. 지진 소식에 타이완 섬 전역이 귀 기울이고 있어요. 매몰된 사람들이 구조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난가을, 한국에서 온 남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는 이곳 타이난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타이완에 왔다고 했어요. 그가 부산으로 돌아간 뒤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진먼섬에 함께 가 줄 수 있냐는 내용의 메시지였어요. 9월엔 진먼섬에 가게 될지도 몰라요.

 

연출의도

동아시아 지역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종전과 동시에 내전 상황에 빠져든다. 중국 대륙과 한반도에서 발발한 두 내전은 종전 선언 없이 중국과 타이완, 북한과 남한이라는 체제를 낳았다. 조각난 채 접경을 이루고 있는 이 국가들에는 전투만이 정지된 기이한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이한 상태를 평화라고 부른다. 전후의 불안은 집단의식 속 다양한 군상과 함께 기이한 평화의 징후적 형상이 되어 타이완 해협과 대한 해협 사이를 흘러간다. 다큐멘터리 <해협>은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며 어머니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 형식을 빌려 이 기이한 현재를 표류하는 ‘얼굴과 풍경’의 기원을 그려낸다.

 

프로그램노트

부산을 벗어난 오민욱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해협>은 동아시아의 백지도 위에 느슨한 원반 모양의 경로를 그린다. 우리는 그 기록을 카메라가 조망하는 풍경을 따라서, 그리고 어머니에게 보내는 ‘샤오’의 서간을 통해서 읽게 된다. ‘샤오’는 ‘한국에서 온 남자’와 함께 기이한 방식으로 곳곳에 흩어져있는 전쟁 이후의 “포화 없는 전쟁 상태”를 “매번 좁은 해협을 통해” 물 위로 가로지른다. 2016년 국제다큐영화제가 열리던 대만 본섬 타이베이에서 시작된 3년간의 느린 여정은 교토에서 진먼으로, 진먼에서 샤먼으로, 샤먼에서 부산으로, 대한해협을 횡단하여 시모노세키로, 시모노세키에서 도쿄로 이어지다 천황 히로히토의 묘 앞에서 멈춘다.
‘샤오’의 어머니가 사는 태국의 ‘부리람’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샤오’의 육성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언급되지만 끝내 카메라로 담기지는 않는다. 미지의 부리람은 영화가 끝나갈 무렵 ‘샤오’가 찍은 몇 장의 사진으로만 잠깐 제시된다. ‘샤오’의 염려와 달리 사진 속 부리람은 평화롭게만 보이지만, 부리람의 풍경과 진먼의 풍경은 ‘샤오’의 혼잣말 같은 편지 속에서 어느새 동기화된다. 영화에서는 이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그러나 전쟁과 재난의 고통이 가시지 않은 장소들이 계속해서 연결되고 겹쳐진다. 오민욱 감독과 ‘샤오’의 쉬이 목적을 알 수 없는 행로는 국가와 도시를 막론하고 뜨거운 불길과 폭죽,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축제로 변모한 위령제의 풍경, 타들어 가는 더위 속의 인파를 계속해서 밭 잡아 헤친다.
영화를 따라 동아시아 전역에 산재한 전쟁의 생채기를 살피며 문득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암리타』를 떠올렸다. 주인공 사세코는 사이판의 바다 속에 그득한 해삼들을 두고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혼”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일정한 기간에 죽어간 사람들의 흔적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전쟁과 ‘죽음’이 단단히 얽혀 있어서일까, 유령이나 혼령 같은 제의적 모티프들은 <해협>에서도 많은 부분, 어쩌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가령 불상의 이미지나 제사에 사용되는 종이배와 인형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 대만과 중국의 긴장이 물귀신을 만들어냈다는 샤먼 주민의 묘한 증언이 그렇다. 이와 더불어 정물에 가까운 상태로 놓여 있는 전쟁의 부유물들을 어지러이 채집하거나, 혹은 반대로 정물처럼 인해 속을 지키는 카메라의 존재를 반복적으로 환기하면서 <해협>은 동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역사가 고통의 증후들 속에 뒤섞여 있음을 뚜렷한 진실로 구성해낸다. 우리는 전쟁이 지나간 자리를 채우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불안이 집약된 공기와 정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해협>은 끝내 그 기원을 찾아 히로히토의 묘지와 천황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인파 사이에, 해가 떠오르는 지평선 앞에 또다시 카메라를 세운다.

「마테리알」 편집인
정경담

 

감독소개

오민욱
자본주의와 냉전, 도시와 개발, 그 언저리에서 선택되거나 배제된 형상들은 무엇인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질문하고 있다. 6월 항쟁, 부산미국문화원방화사건, 백악기에 형성된 암석군, 부산의 기지촌, 거창양민학살사건 등에 관한 작품이 그 실천의 결과물들이다.
<상> 2012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3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로컬 (대안영화상)

<재> 2013
-제15회 부산독립영화제 (우수상)
-제14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최고구애상)

<범전> 2015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제10회 타이완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적막의 경관> 2015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3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제작진
제작     탁주조합  오하 
촬영     오민욱  김지곤 
편집     오민욱 
프로듀서     샤오카이츠  김지곤 
공동각본     오민욱  샤오카이츠 
음악     Microscopic Band 
색보정     임학수 
사운드     정성환 
조연출     손호목 
제작부     노수진 
번역     한서정  이노우에 리이  허지애  린칭잉 
통역     샤오카이츠  김문길  노동주 
상영이력
2019 부산국제영화제
2019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2019 서울독립영화제
배급정보
오민욱 | ohminwoo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