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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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감독
배꽃나래
작품정보
2019 | 38min 21sec | 컬러 | DCP | 한글자막 | 영어자막

 

시놉시스

안치연 할머니는 어린 시절 한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 노인 한글학교로 갔고 그곳엔 여학생만 있었다. 문자로 기록하지 못하고 기억으로 감당해 온 여성들의 시간. 그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

 

연출의도

홍콩에 갔다가, 광동어로 적힌 메뉴판을 읽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문득 문자로 읽고 쓰지 못하는 할머니가 생각났다. 여성의 역사는 언제나 있어왔다. 기록되지 못했거나, 발견되지 못했을 뿐이다.

 

프로그램노트

젊은 여성 감독이 자신의 가족을 찍는 다큐멘터리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아직 훈련되지 않은 초보 감독들에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흔히 첫 작품의 소재로 권장되고는 한다. 불행히도, 단순한 가이드에 불과한 이런 권유가 ‘사적 다큐멘터리’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촬영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의 젠더 권력과 맞물려, 젊은 여성 감독들의 ‘사적 다큐멘터리’를 전통적인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현장성이나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회피하는 손쉬운 방법이라 ‘낮잡아’ 이르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었다. ‘사적 다큐멘터리’와 ‘에세이 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탐색하고 새롭게 정의하려는 주목할 만한 이론적 움직임과 함께,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이런 위계 관계를 정면 돌파하는 선택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손녀인 감독이 자신의 할머니를 찍는다. 제대로 꾸미지도 못한 모습으로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자신을 자꾸만 따라다니며 찍는 손녀에게 그녀는 “망신 당하려고”, “좋지도 않은 걸 뭐하러” 찍느냐며 핀잔이다. 감독의 할머니 안치연은 성경을 읽기 위해 4년 전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다. 4년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투른 자신의 모습 또한 부끄럽기만 한 그녀다.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수십 권은 냈을 거라 말하는 그녀이지만, 그녀가 수없이 마주쳐야 했던 거리 간판의 글씨나 TV 속 자막들은 남몰래 삭여야 할 부끄러움의 순간들일 뿐이었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글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공적 수단을 허락하지 않았던 위계질서의 결과였다. 그녀의 고통과 슬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을 넘어서, 이 다큐멘터리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의 주체를 그야말로 뒤바꾸어 그녀들만이 아는 기록의 흔적을 화면 가득 담아낸다.
남몰래 간직하고 은밀히 공유했던 그녀들만의 사적인 기록이 그녀들의 개별적인 몸에 새겨진 채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우리 앞에 나타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카메라는 공적인 역사가 사적인 것이라 치부하며 기록하지 않았던 삶을 드러낸다. 다큐멘터리가 시작할 때 안치연은 서투른 솜씨로 한 문장을 읽는데, 이는 조선 사회에서는 한글이 여성들이나 쓰는 글이라 낮잡아 이르는 ‘암글’로 불렸다는 내용이다. 조선 시대에서 한글을 낮잡아 이르며 공적인 것으로 자신을 위치 지었던 ‘수글’ 한자가 했던 역할을 감독의 할머니 세대에는 한글이 한 것이며, 공과 사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여성들을 사적인 영역에 제한시키려는 시도는 그 뒤로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하여 왔다. 따라서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사적 다큐멘터리를 낮잡아 이르려는 시도들에 재치 있게 반격을 하는 셈이며, 감독이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글, 그림, 카메라 등으로 표현 수단을 쥐여주려 노력하는 것 또한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라 할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프로그래머
김선명

 

감독소개

배꽃나래
영상을 매체로 작업합니다. 기록/발견되지 않은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작진
제작     배꽃나래 
촬영     배꽃나래 
편집     배꽃나래 
사운드 믹싱     표용수 
상영이력
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쟁 작품상, 관객상
2019 광주여성영화제 초청
2019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단편상
2019 김포청소년영화제 우수상
2019 대전독립영화제 관객상
배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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