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 프로그램 > 국내신작전 > 작품정보

      국내신작전      

나는 사자다

감독
송주원
작품정보
2019 | 10min 47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시놉시스

어느 봄날, 태평하지 않은 마음으로 태평동 평상에 누워 흥얼거리다 어린 시절의 할머니 동네를 걸으며 느린 오후를 보낸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한빛중앙교회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눈이 부셔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사자 얼굴이 붙어있는 대문이 보인다.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연히 만난 사자 대문은 비밀의 문처럼 그녀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그녀의 오늘과 3대에 걸친 할머니, 아버지,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각 20평의 옥상에서 독백한다. 평온한 듯 평온치 않은 땅 위에서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지킬 것이 있었던 사자와 지킬 것을 찾는 사자가 마주한다. 나는 한 빛이다. 나는 사자다.

 

연출의도

국가의 욕망과 폭력이 만들어놓은 20평의 땅은 성남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개인의 기록이자 상징이다. 1960년대 후반 시작된 서울시의 ‘선 이주 후 개발’ 정책으로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20평의 삶은 성남시 태평동에 여전히 남아있다. 태평동 다세대 주택촌은, 각자의 20평 옥상으로 개인의 삶이 존중되지 않는 마을에서 살아내고 이어간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딸 다섯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른 할머니와 시를 썼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며 가족을 부양했던 아버지, 콩밥을 싫어하던 소녀가 당면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몸짓으로 그린다. 태평동 20평의 옥상들을 통해 삶을 이어가고 동네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옥상에 새겨진 개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프로그램노트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들려오면 평상에 누워있던 소녀가 이에 응답하듯 일어난다. 오르막의 언덕을 지팡이 짚은 나이 든 남성이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디디며 올라오고 카메라가 언덕 위에서 비추는 풍경은 거리극의 무대가 된다. 노인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찰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나는 한빛이다. 나는 사자다.’ 과거 한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사자의 기억으로 호명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기억이 태평(太平)할 수 없는 태평 1동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배치된 카메라는 계곡처럼 긴 골목을 원근감 없이 평평하게 비추고, 이 장면을 횡단하는 소녀는 꼬꼬 양념 통닭과 맛나장 중화요리 간판 사이 낡고 오래된 풍경 속 납작해져 버린 기억을 펼치듯 걸어온다.
소녀는 다시 평상에 누워있다. 여전히 흘러나오는 콧노래는 소녀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하고 이 소리를 같이 들으며 우리는 그만큼 그녀가 경험하고 있는 장소와 가까워진다. 나는 샹탈 아커만의 첫 단편 영화 <내 마을을 날려버려>(1968)를 떠올린다. 영화 내내 관객이 들을 수 있던 아커만의 콧노래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한편 한빛의 콧노래와 비슷한 종류의 무력감도 내포한다. 아커만 본인이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 소녀는 브뤼셀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극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작은 부엌의 일상성과 맞부딪힌 그 에너지는 공간과 화해되지 못하고 결국 소녀를 자폭하게 한다. 아커만의 소녀가 자전적 이야기에 기반을 둔 조울의 감정을 통해 부엌이란 장소에 축적된 여성의 시간성을 드러냈다면 ‘나는 사자다’ 의 소녀가 골목길에서 부유하는 움직임 또한 중첩된 시간 속 길을 잃은 이가 이 공간과 다시 관계 맺기를 희망하며 만드는 의식이다.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서 강제 이주를 당했던 성남 태평동의 주민들의 기억을 이 의식을 통해 접속한다는 것은 그 기억을 기록으로 새기는 것과는 다르다. 이 영화는 기록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 혹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이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냈던 무수히 많은 움직임과 동작을 탐색하는 한 여성의 몸을 통해 이 장소의 기억을 잠시
(영화를 보는 동안) 가시화한다. 접점이 되었던 몸이 그 장소들을 통과하고 나면 기억은 다시 흩어지지만, 또 다른 탐색자가 그 거리를 찾을 때 다른 조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흐르는 소리를 따라 찾은 다른 골목 ‘시민로’에 들어서면 소리는 오페라 연습 소리와 피아노 소리로 변주되고 중년여성들의 대화 소리, 골목에서 앞장서 걷는 노인의 지팡이가 콘크리트 바닥과 부딪히며 내는 소리, 전화를 받는 여성의 헛기침이 즉흥연주의 일부로 느껴지는 순간 소녀는 골목 끝에서 사자 문고리를 발견한다. 그 문고리를 열고 집의 옥상으로 올라가며 센 숫자는 스물에 멈추고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끝도 없이 반복되는 20평의 무대이다. 골목에서 체득된 움직임은 그 무대에서 낮과 밤의 시간을 넘어 지속한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프로그래머
김성은

 

감독소개

송주원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 필름 감독이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시간을 축적한 도시의 장소들에 주목하고 그 공간에 투영되는 신체가 말하는 삶에 대한 질문들을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실험 다큐멘터리로 구현한다. 변형되고 사라지는 도시 속 공간에 몸짓으로 말을 걸고 질문하기를 반복하면서 서사를 중첩하고,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시리즈를 통하여 ‘도시공간 - 삶 - 지금여기’ 에 대한 내밀한 질의와 담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 2018, 댄스카메라웨스트 댄스필름페스티발 2020, 로스앤젤레스, 미국
<풍정.각(風精.刻)세운상가에서 낙원삘딍으로> 2017, 퓨설라지 댄스필름 페스티발 2019, 시애틀 ,미국
<나는 사자다> 2019,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2019, 단편경쟁부문
<풍정.각(風情.刻) 리얼타운> 2019,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9, 아시아 단편경쟁부문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2018, 서울 인디펜던트 필름 페스티발 쇼케이스 유씨씨에이 2019, 베이징, 중국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 2018, 런던 인터내셔널 스크린댄스 페스티발 2019, 런던, 영국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 2018, 멕시코시티 비디오 댄스 페스티발 2019, 멕시코시티, 멕시코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2018, 테살로니키 씨네댄스 인터내셔널2019, 테살로니키, 그리스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2018, 페스티발 인터내셔널 드 비디오단자바2019,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 2018, 점핑 프레임스 인터내셔널댄스 비디오 페스티발 2019, 홍콩,홍콩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2018, <풍정.각(風精.刻)세운상가에서 낙원삘딍으로>2017,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2018, 필름하우스 카바 2019, 암스테르담, 네델란드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2018, 도쿄 주카 대학 + 댄스앤 미디어 제팬 _ 인터내셔널 댄스필름 페스티발 2019, 도쿄, 일본
<풍정.각(風精.刻)세운상가에서 낙원삘딍으로> 2017, 롤아웃 댄스필름 페스티발 2018, 마카오, 중국
<풍정.각(風情.刻)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 2018,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2018
<풍정.각(風情.刻) 골목낭독회>2017, 제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발, 관객구애상 2018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2018, 제32회 인디포럼영화제 2018
<풍정.각(風精.刻)세운상가에서 낙원삘딍으로>2017, 제2회 천안춤영화제 2017, 우수상
<풍정.각(風情.刻) 골목낭독회> 2017,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 2017, 최우수작품상
제작진
제작     송주원 
촬영     백윤석 
편집     조성근 
사운드     권월 
출연     한빛  
협력기획     이경미 
안무     송주원  
번역     김혜수 
상영이력
2019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배급정보
송주원 | 11danceprojec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