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 프로그램 > 올해의 초점 > 작품정보

      올해의 초점      

나와 부엉이

감독
박경태
작품정보
2003 | 72min 43sec | 컬러 | DCP | 자막없음

 

시놉시스

두레방에서 처음 만난 그녀들, 낯선 대상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을 ‘미술시간’을 통해 점차 해소해 간다. 주인공은 논과 밭에서 미나리를 뜯으며 아침을 보내며 오후에는 두레방에서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를 보낸다. 카메라는 주인공과 함께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듣게 된다.

 

연출의도

이 영화는 편견 앞에 서 있는 다양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감독-나에게 기지촌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재현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재현된 이미지는 ‘나-남성’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기지촌 여성을 또 다른 일상의 이웃이 아닌 낯선 대상으로 느끼게 한다. 오래된 편견으로 바라보던 낯선 대상은 그들이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며 비로소 친숙한 이미지로 대체된다. 영화는 그녀의 일상 속에서 제작자와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며 비록 어리숙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과 공감을 위해 노력한다. 이제 여러분들은 현장에 있었던 카메라 뒤편에서 조용히 그들과 대화하고 느꼈으면 한다. 소통과 공감을 통하여 자기 안에 자리 잡은 편견과 마주하며 그것이 불러온 수많은 차별과 배제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프로그램노트

‘나와 부엉이’는 주인공 박인순의 그림 중 하나의 제목이다. 다른 그림들과 함께 소개되는 그 그림에는 검은색으로 얼룩진 배경에 하얀 두 얼굴이 떠올라있다. 왼쪽은 사람의 얼굴이다. 눈꼬리는 내려가 있어 슬픈가 싶은데 반대로 입꼬리는 부드럽게 살짝 웃는 모양이라 복잡한 표정이다. 오른쪽 얼굴은 아마도 부엉이일 텐데 표정이 없고 그 존재가 어떤 상태인지 읽어내기가 힘들다. 두 얼굴은 마주 보지 않고 나란하다. 이 나란한 얼굴은 이 영화가 직면하고 있는 고민의 이유로도 보이고, 그 고민을 풀어가기 위한 방식으로도 보인다.
박인순은 “소외되고 억압된 삶을 살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이 함께 모여 스스로의 가치를 되찾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단체이자 상담소인 두레방에서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그녀는 먹고 싶은 게 많고, 돈이 없어서 못 사 먹으니 더욱 먹고 싶은 게 많다. 돈이 없고 억울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보내는 날에는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이 있는 그녀는 술을 마시고 두레방 미술 시간에 참석한 어느 날에 지점토를 책상에 때려대면서 머리에 있는 악마와 마귀할멈은 다 물러가라고 소리 낸다. 그녀 안에는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뜨는 부엉이가 살고 있다.
한편 박인순은 이 영화의 부엉이다. 두레방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감독은 미군 주둔과 기지촌 노동에 관한 문제를 안고 기지촌 여성들을 찍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쉽게 정리되지 못한다. 기지촌 역사에는 불평등한 국가 관계가 담겨 있지만, 그것은 성매매를 둘러싼 뿌리 깊은 착취 구조를 기반에 두고 있으며, 그 구조는 한국 사회 안에서 반복된다. 한편 기지촌의 역사는 여성들의 경제 관계를 포함한다. 기지촌은 착취 공간이자 터전이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복합적인 관계망이 증언되면서 폭력의 역사 주체는 국가 관계에서 여성의 삶으로 이행한다. 한국사의 표정 옆에는 여성의 삶이 부엉이처럼 버티고 있다.
기지촌 여성들의 환경과 상황을 전하는 인터뷰 옆에는 박인순의 일상과 기지촌 여성들의 그림이 붙어서면서, 기지촌의 삶이 손쉬운 정치적 구호로 해소되지 못하게 막는다. 종종 등장하는 인서트 장면이나 인터뷰 중에 시선을 돌리는 카메라의 이동은 장면들이 매끈하게 정렬되는 것을 방해한다. 카메라는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고민하고 멈춘다. 영화는 해석되는 얼굴 옆에서 자꾸만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부엉이의 무/표정을 발견한다.
감독이 내레이션으로 밝히고 있듯 이 영화는 요란한 미군 부대의 헬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가 점차 기지의 소리를 죽이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미군 주둔과 기지촌 문제는 두레방에서 만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들려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와 부엉이>는 문제의 답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박인순은 박경태 감독, 그리고 또 다른 기지촌의 기록 <아메리칸 앨리>(2008)를 만든 김동령 감독과 함께 우정의 시간을 지속하면서, 영화 층층이 떠 있는 부엉이의 표정을 기억하고 이겨내려는 영화를 이어가고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프로그래머
채희숙

 

감독소개

박경태
2003년 미군 기지촌에서 살아온 박인순의 일상과 그녀의 미술치료 일기를 기록한 <나와 부엉이>를 발표했다. 이후 기지촌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현장의 생애 구술사 채록 및 아카이브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9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2015 <문의 여정>
2013 <거미의 땅>
2008 <사당동 더하기 22>
2008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2005 <있다>
2003 <나와 부엉이>
제작진
제작     두레방 
촬영     박경태  김환태 
편집     박경태  김환태 
상영이력
2003 반미영화제 폐막작
2003 인디포럼
2003 서울인권영화제
2003 전주국제영화제
배급정보
박경태 | owlcinem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