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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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초점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감독
김동령
박경태
작품정보
2019 | 115min | 컬러 | DCP | 자막없음

 

시놉시스

의정부 기지촌에서 미군 위안부로 40년 넘게 살아온 박인순은 미군 기지 철거를 알리는 뉴스 소식에 마음이 불안하다. 어느 겨울밤, 인순은 동료 기지촌 여성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이승을 헤매는 유령들을 찾으러 온 저승사자들에게 발견된다. 저승사자들은 유령들을 데려가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인순은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영화는 기지촌 여성이었던 박인순의 자전적 역사 쓰기에 관한 픽션이며 존재했으나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소멸에 저항하기 위한 복수극이다.

 

프로그램노트

“이름 모를 뼈다귀들이 있는 힘껏 서로를 부딪쳐 소리를 내니 마침내 이야기 하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김동령·박경태 감독이 전작들에서 만난 부엉이들, 엔터네이너들, 거미들, 임신한 나무들, 그리고 박인순의 것이다. 죽은 여성과 그의 살아 있는 동료가 기지촌 역사의 망각에 도전하며, “이야기가 되지 못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야기의 무수한 실패들이기도 하다. 구술사는 일관되지 못한 언어의 기억 때문에 이야기가 되는 데 실패하고, 예술은 몰래 훔쳐보다가 유령 앞에서 달아나버려 이야기에 닿는 데 실패한다. 저승사자는 죽음을 완결하기 위한 이야기, 즉 산 자를 위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뺏벌을 이야기하는 데 실패한다. “잠을 안 자고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며 두 다리가 튼튼하여 아무 데나 걸어 다니는” 박인순과 “자신의 근거를 찾기 위”한 꽃분이, 이 “무모하고 자신만만한 여자들”만이 이야기의 여정에 도전한다. 그러나 그들이 미군의 머리를 잘라 출발한 복수극도 이야기의 끝까지 가지 못한다. 결국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는 기억이 되는 데 실패한다. 다만 꽃분이는 소멸에 저항하여 재개발된 도시의 무의식이 되고 우울증으로 스며든다. 이 실패의 시간에 인칭과 출처를 갖지 않는, 단 한 명의 꽃분이가 아니라 꽃분이들로서만 이야기꾼이 되는 내레이션이 이야기를 지탱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자신의 죽음, 즉 기억의 소멸을 겸허히 받아들인 그 끝에서 이야기는 소리의 얼굴로 열린다. 웃음과 울음과 외침이 섞인 박인순의 기괴한 얼굴이 이야기의 끝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역사의 사라짐에 대항하는 기지촌의 이야기는 무수한 죽음을 목격하며 그 이야기 사이를 걸어 도착한 박인순, 그 얼굴이 겹겹으로 등록하고 있는 공통의 목소리에서 죽음을 이겨낸다. 소리가 울어대는 박인순의 마지막 얼굴은 그녀 자신의 것이자, 기지촌 여성의 것이고, 무수한 자들의 죽음 속에 사는 기억의 얼굴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실패했지만, 이야기들 사이를 씩씩하게 돌아다니면서 공통 기억이 되는 얼굴이 죽음-망각을 압도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열림은 우정의 시간과 함께 생산되고 있다. 박인순과 감독들이 함께 쌓은 시간은 죽음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은 씩씩한 걸음걸이에서 망각을 막아내는 힘을 찾는다. 그리고 역사를 훔쳐 간 국가에 저항하는 기지촌의 기억을 고민해온 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끝내 이야기, 다시 말해 역사 쓰기에 도전한다. 박인순과 꽃분이의 이야기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간을 기억하고, 폭력의 역사를 증거하며, 역사를 훔쳐 가려는 국가적 망각에 대항하려 한다. 우리는 역사의 자리를 부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국가의 기록, 그 이야기의 실패를 딛고 어떻게 이야기꾼이 되고,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끝끝내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전은 어떻게 죽음을 딛고 지속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영화에서 국가의 역사는 그 목이 잘려 나가며, 박인순은 오랜 머릿속의 악마를 제압하고 스스로 마귀할멈이 되어 역사의 얼굴을 만든다. 이야기는 이 역사의 얼굴에서부터 다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프로그래머
채희숙

 

감독소개

김동령
2009년 <아메리칸 앨리>를 시작으로 기지촌의 인물과 시공간을 다룬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9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2015 <밤손님>
2013 <거미의 땅>
2009 <아메리칸 앨리>
200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04 <Lost and Found>

박경태
2003년 미군 기지촌에서 살아온 박인순의 일상과 그녀의 미술치료 일기를 기록한 <나와 부엉이>를 발표했다. 이후 기지촌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현장의 생애 구술사 채록 및 아카이브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9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2015 <문의 여정>
2013 <거미의 땅>
2008 <사당동 더하기 22>
2008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2005 <있다>
2003 <나와 부엉이>
제작진
제작     김일권 
촬영     김동령  박경태 
편집     김동령  박경태 
각본     김동령  박경태 
사운드     류형석  안현준 
음악     투명 
상영이력
2019 부산국제영화제
2019 서울독립영화제
2019 광주독립영화제
2020 로테르담국제영화제(네덜란드)

배급정보
시네마달 | june@cinemad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