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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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회 기념 특별전      

중복

감독
카이두
작품정보
1974 | 6min | 흑백 | DCP | 자막없음

 

시놉시스

밧줄을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밧줄의 이미지들과 내포된 의미들을 통해 시각적, 은유적 탐구를 보여준다.

 

프로그램노트

<중복>은 사운드 없이 사물과 사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무성영화다. 이것이 ‘움직임’에 관한 영화라는 건 독특한 오프닝 타이틀 장면에서부터 예고된다. 종이를 아무렇게나 찢어 그 위에 한국어, 한자, 영어로 제목과 감독의 이름을 표기한 뒤 검은 판 위에 얹어 놓고는 글자가 거꾸로 보이도록 놓았다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타이틀 숏이 시작된다. 이후 검은 판만 남을 때까지 글자가 적힌 종이를 모두 떼어내면서 숏은 끝난다. 오프닝 숏은 운동성(회전과 떼어냄)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평면성(검은 판)이라는 두 요소를 간명하게 강조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줄다리기에 쓰일 만한 굵고 긴 밧줄이다. 바닥에 놓인 밧줄은 스톱모션 기법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된다. 움직임과 함께 그것의 의미 또한 시시각각 변화한다. 무언가를 잡으려고 시늉하는 사람의 그림자와 검은 강아지 인서트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제목과 더불어 그 의미가 비교적 명확하게 읽힌다. 이미지는 의식의 흐름처럼 끊임없이 첨가되는 다른 물질들로 인해 선명했다가, 흐릿해지기를 반복한다. 예컨대 줄 위에 돈을 흩뿌리는 장면 뒤 누군가가 옷을 벗는 그림자와 뱀을 등장시키며 자본과 욕망의 관계에 관해 논하는 시퀀스도 있다. 아득히 먼 시퀀스 사이를 매개하는 건 오직 밧줄이다. 밧줄의 변화와 함께 의미는 끊임없이 쓰이는 동시에 지워진다.
영화는 평면으로서의 바닥과 그 위에 놓인 사물들을 보여주며 평면의 입체성을 의도하는 동시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입체의 평면성에 관해서 말한다. 노점상에 진열된 그림 앞을 지나는 사람의 움직임은 밧줄 위 제멋대로 움직이는 몇 개의 신발로 환원된다. 그물과 진열된 생선, 수족관 속 물고기의 모습을 보여준 직후, 뿌옇게 처리된 화면 속 사람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보여주면서 유비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작해내기도 한다. 입체와 평면의 양방향 실험은 평면과 입체에 관한 사유를 촉발한다. 엄밀히 말해 스크린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모두 평면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입체로 인식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관성에 따라 지각할 뿐이다.
다만 여기에서 평면화는 영화의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상하가 반전되거나 회전하는 이미지는 평면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후반부에 이르러 엘리베이터와 같은 기구에 탑승해 찍은 듯한 화면이 등장한다. 이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타이틀 시퀀스처럼 뒤집혀 있다. 시선을 가로막는 무언가에 의해 풍경은 보였다 가렸다 하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사물이 뒤집힌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미지가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움직임은 사물을 보던 본래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인식의 가능성을 던진다. 엔딩 시퀀스는 아득하도록 빠른 속도로 인해 그 형상이나 의미를 언어로 명확히 분리해낼 수 없는 이미지의 연속이다. 인식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이미지의 조각들은 결국 언제까지고 계속될 밧줄의 상상을 표현하는 말줄임표(......)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이 글도 여기에서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영화평론가
김소희

 

감독소개

카이두
한옥희는 1970년대 초반 한국소형영화동호회와 영상연구회 활동을 거친 후 여성 실험영화 집단인 ‘카이두 클럽’을 결성했다. ‘카이두 클럽’은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되었으며, 회장이었던 한옥희 외에 김점선, 이정희, 한순애, 정묘숙, 왕규원 등이 주축멤버로 활동했다. 카이두 클럽은 실험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건 최초의 영화집단으로 영화제작을 비롯하여 2회에 걸쳐 실험영화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70년대 후반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10여 년간 유학 후 돌아온 한옥희는 1993년 대전 엑스포 정부관 영상감독으로 70mm 작품 <달리는 한국인> 제작하고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여성영화임모임에서 주최하는 제1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을 받았다.
제작진
제작      
촬영      
편집        
연출     한옥희 
상영이력
없음
배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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