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 06.03(수)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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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초점      

장 보러 가는 날

감독
원태웅
작품정보
2012 | 52min 45sec | 컬러 | DCP | 영어자막

 

시놉시스

부모님은 한 달에 두 번 가게에서 사용할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퇴촌에서 서울집으로 올라오신다. 3년 전 중고자동차를 구입한 후로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다니게 되었고, 덕분에 서울에서 퇴촌으로 퇴촌에서 서울로의 반복되어 쌓여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출의도

3년 전부터 시작된 부모님과의 시장보기는 계절이 바뀌거나 주변의 상황들이 변화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늘 엇비슷한 시간대와 장소를 돌아다니게 만드는 그 날만의 일정한 행동 양식을 체득하게 해주었는데, 이는 나에게 말로 표현하기 먹먹한 ‘뜬구름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동시간대에 마주한 어떠한 사건과 장소, 많은 사연, 기쁘거나 슬프거나 소멸하거나, 시간은 가차 없이 흘러간다는 것. 하지만 가락시장의 비둘기는 여전히 먹이를 구할 것이며 가게 가는 길목은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 변화하는 것과 변화되지 않는 것 사이의 이질감을 부모와 자식의 관계나 타자와의 이해관계 속에서도 어렴풋하게나마 찾아보게 되는데, 나는 이러한 미묘한 경계 선상을 곱씹어가며 작품을 연출해나갔다.

 

프로그램노트

<장 보러 가는 날>의 원태웅 감독은 한 달에 두 번,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중고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간다. 감독은 이 반복적인 일상을 카메라로 촬영했고, 영화에는 부모님의 집, 주차장, 시장, 세차장, 그리고 이 장소들을 이어주는 길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영화에 담긴 여러 계절의 이미지로 짐작건대 촬영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것 같고, 기록의 행위는 부모님이 식당을 그만두면서 끝이 난다.
여기에 감독은 낡고 오래된 느낌을 주는 슈퍼 8mm 영상과 내레이션을 마지막에 집어넣으며 이 작품의 주제가 오래되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감정임을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부모님과 장을 본다’는 언뜻 변함없어 보이는 단순한 행위의 연속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으며 그사이에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미 사라져버린 것도 있음을 쓸쓸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때 감독이 주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고 싶다. <장 보러 가는 날>은 기록 영상을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에는 모기향이 피어오르는 여름밤과 장맛비, 그리고 눈 내리는 겨울의 풍경 같은 다양한 계절의 지표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감독은 이 이미지들을 뒤섞어서 관객이 시간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름의 풍경을 보여준 뒤 겨울의 눈 내리는 풍경을 제시하고, 다음 숏에 다시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등의 편집을 통해 영화 속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편집은 결과적으로 이미 지나간 시간의 흐름에 대한 어떤 뭉뚱그려진 막연한 인상만을 남게 만든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온 뒤 겨울이 찾아온다’는 식의 명확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찾아오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관객이 <장 보러 가는 날>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릴 때의 아련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이런 독특한 편집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맥락에서 특별히 따로 언급하고 싶은 장면은 후반부의 ‘모기차’ 장면이다. 감독이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릴 때 앞쪽에서 방역차의 짙은 연막이 서서히 다가온다. 관객의 시야는 점차 가려지고 선명하던 풍경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감독은 이 이미지를 다음 숏에 등장하는 풍경의 구름과 연결하면서 (언뜻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초현실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연출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워졌던 기억 속 이미지들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에 관한 탁월한 시각적 형상화로 보인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잠겨 있던 과거의 순간들을 다시 끌어낼 때 그 이미지들이 종종 서로 섞여서 언캐니한 이미지로 다가온 순간을 누구나 겪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 보러 가는 날>은 사라진 기억, 또는 사라져가는 기억이란 어떤 불가시(不可視)의 대상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재구축하려는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시도 안에서 감독의 옛 기억은 어쩌면 “변함없이 기억될”지도 모른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보년

 

감독소개

원태웅
1981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가족과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단상으로 이뤄진 두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와 화가의 일상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나의 정원>(2019)을 제작했다. 현재는 평범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장 보러 가는 날(2012)
- 2012 인디다큐페스티발 – 국내신작전
- 2012 전주국제영화제 – 한국경쟁
- 2012 인디포럼 – 신작전
- 2012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한국경쟁

아들의 시간(2014)
- 2014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국제경쟁 / 심사위원특별상
- 2014 Festival Film Dokumenter
- 2015 인디다큐페스티발 – 국내신작전
- 2015 CinemAvvenire Film Festival

나의 정원(2019)
- 2019 무주산골영화제 - ‘창’섹션
- 2019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 한국구애전
- 2019 전북독립영화제 - 국내장편경쟁
- 2019 콜카타국제영화제 - Short & Documentary
- 2019 서울독립영화제 – 장편경쟁
- 2020 실크로드영화제 – Documentaries
제작진
제작     원태웅 
촬영     원태웅 
편집     원태웅 
상영이력
2012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신작전
2012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2012 인디포럼 신작전
2012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배급정보
시네마달 | lim@cinemad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