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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x인디스페이스 2019 SIDOF 발견과 주목

정기상영회 상세정보

  •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1[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 인디토크

  •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2[일장춘몽] 인디토크

  •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3[당사자성 너머의 역사, 영화적 재현] 인디토크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1[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 인디토크

일시
2019.10.11(금)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강상우 감독 (<김군> 연출)
참석
김건희(<당산> 연출), 장윤미(<콘크리트의 불안> 연출), 조용기(<투명한 음악> 연출) 감독
토크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스페이스가 다큐멘터리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접점을 고민하며, 매달 함께해온 정기상영회인 '발견과 주목'을 올해는 기획전 형식으로 준비했다. ‘발견과 주목’이라는 상영회의 취지를 좀 더 충실히 하고자 하며 비평적 관점을 보다 강화해 근래의 다큐멘터리 작업 안에서 도드라지는 몇 가지 주제와 방법론에 주목한다. 세 개의 섹션으로 꾸렸다.
‘섹션 1. 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는 사운드, 내레이션 등 소리의 영역이 이미지와 맞붙거나 이미지를 새로이 구성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핀다. 특정 공간을 둘러싼 기억을 가시화하는 사운드, 소리라는 거대한 영역을 세분화해보고 각 요소를 재구성해 청취의 방식을 눈앞에 보여주는 영화다.

 

(왼쪽부터 강상우, 김건희, 장윤미, 조용기 감독) 

 

강상우

오늘 보신 섹션 명은 ‘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라는 섹션으로, 소리의 관계에 대해서 제각기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신 세 분 감독님들의 작품을 모아서 보셨습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강상우라고 하고요. 우선, 감독님들 인사 한마디 씩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건희

안녕하세요, 저는 <당산> 연출한 김건희라고 합니다.

장윤미

안녕하세요, 저는 <콘크리트의 불안>을 만든 장윤미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용기

<투명한 음악>을 연출한 조용기입니다.

강상우

모두 2017년도에 처음 발표하신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진부하지만 우선은 세 분께서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부터 여쭤보고자 합니다.

김건희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함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저희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다른 것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서로가 받고 있었어요.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라며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꼭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중에 하나가 당산이었고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마음 한쪽에 빈구석이 생길 것 같아서, <당산>이라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요. 제 고향인 당산이 그리워서 다시 찾아갔는데, 이전과 다르게 달라진 당산의 모습 때문에 제가 마주했던 것은 그리움보다는 불안이라는 감정이었어요. 이 불안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가에 관해서 이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윤미

다큐멘터리의 공간이 스카이아파트라는 곳인데, 이 공간은 작업하기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이 공간을 알게 된 것은 주민들이 생존권 투쟁을 하고 계셨어요. 굉장히 아파트가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되지 않고 있고, 또 쫓겨날 위기에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인권단체 자원 활동을 하며 가본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잊고 지내다가 10년이 지나서 우연히 스카이아파트 기사를 보았는데, 그때 당시에도 굉장히 위험한 건물이었는데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이상하게 그 아파트 자체에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면 굉장히 튼튼할 것 같은데, 지은 지 5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위험 등급 중에서도 가장 높은 E등급을 받은 이 아파트를 더 많이 생각해보았고, 그래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아파트만 계속 찍는 작업을 하다가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서 내레이션을 넣게 되었습니다.

조용기

<투명한 음악>은 공연을 연출한 김지연 씨가 음반을 내고 공연을 기획하시면서 처음에 기록 영상으로 제안을 하셨어요. 그런데 공연 과정을 기록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기록 영상으로 남지 않고 좀 더 확장된 영상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러닝타임도 길어졌고 영화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강상우

제가 <김군> 이라는 영화를 할 때, <투명한 음악>의 김지연 뮤지션님이 음악을 해주셔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세 작품이 고유한 결을 가지고 있는데, 소리와 연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제가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당산>, <콘크리트의 불안>은 명확하게 이미 사라진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영화고, <투명한 음악>에서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낮과 밤 한 번씩 공연 시간에만 존재하고 사라진 순간을 포착한 영화인 것 같아요. 그것을 이미지와 소리로 포착하신 시간이 각자 다르셨을 것 같아요. 조용기 감독님은 공연 시간 동안 벌어지는 레이어들을 최대한 잘 포착하려고 하셨을 것 같고, 장윤미 감독님은 철거되는 순간을 포착하기까지 공간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고, 김건희 감독님은 <당산>을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막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어요. 어떤 지표적인 거점 없이, 감독님의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한 것 같아서 오히려 이미지와 소리에서 다양한 결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작업 초기에 부닥쳤던 고민이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형식적인 부분의 이미지와 소리의 관계에 있어서 장윤미 감독님은 내레이션이라는 레이어를 추가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장윤미 감독님부터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장윤미

총 작업 기간은 1년이었고, 철거될 때까지 찍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고, 제 나름대로 이 건물은 저한테 소중한 공간이지만 어차피 무너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기다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어요. 1년 반이 안 걸렸던 것 같고요. 아파트의 물질성을 강조한다지만 한편으로는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만 찍어서 되냐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왜 이 공간을 좋아하고, 왜 계속 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저 역시 소규모의 낮은 아파트가 많을 때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공간이 당시와 굉장히 비슷했고,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7,8년 전에 비슷한 아파트에 살던 시기에 젖니가 빠지던 기억이 나서 밤 에세이 정도로 쓴 글이 있어서 내레이션을 결합해보자는 생각이 진척되었던 것 같아요.

조용기

우선은 <투명한 음악>이라는 공연 자체가 가지는 기술적인 체험이 있는데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통해 느끼셨을 녹음하는 공간과 듣는 공간이 다른 체험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고요. 공연하면서 키보드의 소리, 바깥의 생활 소리가 디지털 신호를 거쳐서 스트리밍으로 들리는 것에 대한 간격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서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담는 데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김건희

저는 초기 구성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고요. 이걸 끌고 갈 수 있는 매개가 없었어요. 자막은 초기에 결정되었으나, 처음에는 픽셀처럼 쪼개진 눈이 없었어요. 좀 더 공간이 앞으로 나오고 당산동 일대의 공적인 역사 이야기가 자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공간을 위주로 기록하면서 공간의 이야기와 시간 배치에 따라 구성을 했어요.

강상우

<당산>의 경우는 영화의 구조가 촬영 초기에 생각하셨던 구성과 마지막의 결과물이 매우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땠나요?

김건희

전혀 달랐어요. 1차 편집본에서 중‧후반에서 완전히 영화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꼈고, 이것을 관통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눈을 넣었어요. 실제로 제가 어렸을 때 지나다니던 길목에서 무섭게 느껴졌던 공장 아저씨들의 눈이 떠올라 시작하게 되었고요. 이것이 주는 불안의 감정이 되게 다양할 것이고, 제가 알지 못한 채로 켜켜이 쌓여있는 공간의 역사 위에 있는 기억들이 저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기에는 제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지, 공간의 얘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지 그 비중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강상우

<당산>을 보면서 궁금했던 게 다양한 이미지의 계열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감독님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텍스트이고 인용부로 어떤 표현들이 등장하고 다른 작가님의 글이나 사진도 등장하고요. 감독님이 태어나신 1993년 이전의 이미지들이 나오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나’의 텍스트가 나오고 1997년 비디오가 나오는데, 4살 된 아이가 어디 있을까 찾았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점점 더 감독님으로 보이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다른 계열의 이미지와 영상이 들어오면서 확장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되게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건희

일단 제가 조사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공장에 관해 조사했고요, 하다 보니 일제강점기까지 갔어요. 아 이런 공간이 있었는데 전혀 기록된 바가 없겠구나, 그럼 그 기억도 사라질 텐데, 그럼 내가 있었던 이곳의 기억도 사라지겠다고 생각했고요.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디오 푸티지 같은 경우, 그 비디오는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찍은 거고요. 그런데 동시에 가족들이 비디오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묘했어요. 저한테는 1997년 이후의 여파가 있어서 그것에 대해서 텍스트랑 엮은 거예요. 불안의 단상을 파편화해서 분류하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인용구는 제가 가진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강상우

장윤미 감독님 <콘크리트의 불안>을 보면 대부분 아파트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건조하거나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서 생활감이 느껴지는 자취나 고양이, 강아지의 모습을 따라가기도 하고 계속해서 패닝으로 뭔가를 훑어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어요. 카메라에서 새로운 요소들이 보이는 것과 감독님의 목소리가 때로는 같이 어우러지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어서 말과 이미지의 배치에 있어서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고 촬영하실 때 고정 샷과 몇 번의 틸트 말고는 패닝인데, 그런 것에 대한 선택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윤미

공간을 촬영하기 전에 사전 탐방을 다녔는데, 그때 제가 자주 봤던 시선 그대로 찍었어요. 아파트 현관에 서서 주변 풍경을 보는데,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훑어보는 그 시선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선택했는데, 360도 돌리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하다 보니 재밌어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는 이게 아파트의 시선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내레이션과 이미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기획했던 것은 아닌데요. 아파트와 이를 동일하게 둘 생각은 없었고, 환유적으로 두 가지를 붙여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기획했던 것이 아니어서 조금 헐거웠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할 때 이미지에 맞는 말을 하기 보다 다른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최소한의 연결 장치는 주고자 해서 그런 지점들을 찾아서 연결 고리를 만들었고, 글은 글대로 읽고 제가 촬영하는 리듬감을 살리면서 결합했습니다.

강상우

극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마지막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철거가 되는 순간인 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불안감이 느껴지기 보다는 감독님께서 존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고 느껴졌고, 이가 뽑히는 순간의 내레이션과 철거되는 순간을 같이 보여주면서 되게 모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따뜻한 어투로 철거를 이야기 하는 것에 놀랐는데, 그 결정에 관해서 조금 더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윤미

사실 저는 무너지는 것도 따뜻하게 바라봤어요. 잘 무너졌다는 생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카이아파트는 북한산 자락 앞에서 보이는 건물인데, 서울에서 본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웠거든요. 그래서 카메라도 그렇게 찍을 수밖에 없을 것 같고, 그러면서도 되게 모순적이게도 이건 위험하고 사람들이 살 수도 없기 때문에 깨끗하게 잘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면서 마지막 장면을 찍었고, 슬프기는 하지만 잘 됐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습니다.

강상우

김지연, 이강일, 송명규 님께 어떤 계기로 작업 제의를 받으셨는지 궁금하고요, 공연이 공기로는 전달되지 않는 소리와 헤드폰을 껴야 들리는 소리의 격차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을 영화로 푸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전달하시는 데 성공하신 것 같거든요. 어쨌든 세 분을 만나시게 된 경위와 형식적으로 어떻게 가닥을 잡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조용기

김지연 씨와 이강일 씨는 <투명한 음악> 이전에 ‘업사이클라운드업’ 이라는 사운드아트를 하는 그룹에 속해있으셨고, 저와는 선유도에서 했던 작업을 계기로 알게 됐어요. <투명한 음악>도 그 계기로 제작을 시작하게 됐고요. 영화의 가닥에 관해서 말하면, 스트리밍으로 듣는 공연인데, 굳이 한 공간에 모여서 들을 필요는 없지 않냐는 고민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공연장에서 들리는 소리와 뒤에서 밖의 소리를 끌어와서 듣는 생경함, 공연장 자체의 분위기를 담는 것이 공연을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영상의 구성 같은 경우도 1, 2부 혹은 1, 2, 3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영상 중간에 녹음된 소리와 촬영된 소스의 소리가 어긋나는 부분을 은연중에 넣어서 영상을 보는 분들이 어색함을 느끼는 구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게 공연의 매체성이나 기획 의도와도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보다 말하고자 하는 것 주위의 것들을 건드려서 연상시키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을 했어요. 일단은 보는 분들이 편하게 영상을 보고,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촬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망원을 많이 썼고, 패닝을 통해서 연결점을 짓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강상우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이 시작할 때 김지연 씨의 피아노 음악이 계속 흐르다가 곧바로 인터뷰 목소리가 나왔던 장면인데요. 음향적으로 꽉 찬 상태에서 시작하다가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헤드폰을 벗었을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황처럼 고요한 소리만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비추는데, 그게 실제 공연 당시에 앰비언스가 맞나요?

조용기

그것은 당시에 녹음되었던 소리고요, 그 외의 소리는 스트리밍을 통해 받은 소리가 대부분이에요. 영상과 맞물리는 소리 영상과 소리가 함께 촬영돼서 쓰인 경우는 내레이션과 아까 말씀하신 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공연에서 키워드를 누르고 음악이 들리는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에서도 그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고, 어느 정도 그것을 위해 사운드 디자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객 1

조용기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딜레이나 지연, 공연 현장에서의 고요한 소리를 반영하고, 헤드폰을 꼈을 때 다시 스트리밍된다든지 하는 사운드 편집을 신경 쓰는 등 사운드가 주인공인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현장에서 영화적으로 구현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용기

피아노를 쳤을 때부터, 그것이 스트리밍되기까지의 시차가 있어요. 그 부분을 제대로 구현을 못 한 것 같아요. 카메라 한 대로 촬영을 하다 보니 공연장의 분위기를 생각했던 것보다 의도한 대로 담지 못했던 지점이 있어요.

관객 1

이어서 장윤미 감독에게 질문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영화를 열 때와 닫을 때 쓰셨던 텍스트가 건물의 감각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어요. 귀가 늘어진다든지, 입을 벌린다든지 하는 그 표정이 신체적이고 감각적인데 촬영하시면서 도시에 관해 생각할 때 그런 감각이 같이 묻어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장윤미

텍스트는 이미 이전에 쓰인 것을 결합한 거긴 한데, 건물을 찍으면서 감각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표현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저한테는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아요. 건물의 감각이 좀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지만 마음에는 감각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글은 나중에 쓰였던 거고, 그 문장의 경우 순간 그런 느낌들이 떠올라서 썼던 건데, 시동을 거는 식으로 앞부분에 배치했고, 닫을 때도 배치를 했습니다.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감각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관객 2

장윤미 감독님께 질문 있는데요, 중간에 나무 위에서 나무 흔드는 빨간 옷 입은 아저씨는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장윤미

가지치기 하신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던 건데, 그분은 ‘입춘대길’이라고 쓰인 집에 사는 부부 중에 한 분인데, 그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분들이랑은 조금 말을 터서 얘기도 하고 몰래 관찰도 했는데, 세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사는 공간과 그 앞의 정원을 가꾸는 것을 굉장히 열심히 하셨어요. 그런 정성들이 저는 되게 좋았어요.

강상우

김건희 감독님께 질문 하나 더 하겠습니다. 장윤미 감독님께서 한 톨의 거짓말도 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쓴 내레이션이 굉장히 우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김건희 감독님의 텍스트로 된 ‘나’에 대한 이야기는 중간으로 갈수록 믿을 수가 없어져서 끊임없이 재미있는 거짓말을 펼쳐 간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저는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의 <고스트 스토리>(2017)라는 영화가 떠올랐거든요. 시대를 초월하면서 유영하는 귀신의 시점에서 쓴 ‘나’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의도하신 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결의 이미지와 소리를 접합한 점에서 흥미로웠고, 목소리가 아닌 텍스트로만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유령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건희

제가 의도했던 건 사실 건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시니컬한 마음이 중간 중간 들 때도 있었고요, 제가 인용했던 소설을 엄마한테 이야 한 적이 있었는데, 끔찍한 것 좀 그만 읽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소설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래서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 되고 끊임없이 기억이 혼재되는데, 제가 <당산>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떠도는 것처럼 느껴졌고, 굉장히 감정적으로 많이 이입했었던 텍스트였어요.

강상우

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100%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인용과 픽션의 섞임까지 의도하셨나요?

김건희

대부분은 사실이었어요. 복도 아이도 실제 제가 경험했던 일인데, 그 친구는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고 공간에서 뛰어오는 아이 이미지가 드러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강상우

후반부에 나오는 텅 빈 집도 감독님이 실제로 사시는 집인가요?

김건희

네 맞아요. 진짜 집인데, 세를 주고 나왔어요. 저는 지금 다른 곳에 살고 있는데. 다시 들어오는 사람의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 기간에 촬영했는데, 공간을 잘 찍었어야 했는데, 겨울에 열 몇 시간씩 혼자 찍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강상우

<콘크리트의 불안>의 경우 현장 촬영에서 채취한 소리를 동시에 채취한 이미지와 같이 쓰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당산>은 적극적인 음악의 삽입이 있었어요. 영화 시작할 때 이국적인 음악이 쓰이고, 중‧후반부부터는 애상에 젖은 어쿠스틱 기타 음악이 중요한 기점에 배치가 돼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따라가는데 가이드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의 결정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고, 장윤미 감독님께는 동시 녹음된 소리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가지고 계신 태도가 확실하다는 생각을 가졌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김건희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사람들이 이런 독립영화, 독립다큐멘터리를 정말 안 봐요.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이걸 많이 보실까 고민해요. 여기 계어느 덴마크 분의 음악을 듣고 저의 불안한 감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음악 같아서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분한테 연락을 해서 영상을 먼저 보여드리고 여기에 맞는 음악을 제작해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만들어 주셨고, 스트링 음악은 하프로 연주된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강상우

내레이션 대신 텍스트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한 결정과 음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감독님께서 소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김건희

편집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게 소리가 없는 텅 빈 구간이 너무 많은 거에요. 특히 푸티지들이 나올 때는 답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미 자막으로 결정된 뒤였고, 앰비언스 말고는 채울 수 있는 소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현장음이 아닌, 내가 이 영화에서 불안한 감정을 표현할 방법은 음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을 넣었는데, 편집하면서 음악이 너무 많이 쓰였나 라는 생각을 계속하기도 했어요.

장윤미

일단 제가 음악을 잘 몰라서 쓸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아요.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조건 안 쓰는 것은 아닌데,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 배제한 것도 있고, 현장에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장면을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요. 내가 이 전경을 찍고 있는데 하필 학교의 종소리가 날 때의 그 기분 좋음, 오르막길을 찍고 있는데 야채 파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서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하필 그 순간에 새가 지나가고, 저는 그런 것들에 만족해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어요.

강상우

촬영할 때 얻어걸리는 것들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이 영화에서 느껴져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조용기 감독님께 궁금했던 것은, 공연에서 무용하시는 송명규 님께서 다른 관객들과 차단된 방에서 움직이시는 것을 스트리밍해서 프로젝트에 영사한 것이 툭툭 끊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의도된 건가요?

조용기

네, 송명규 안무가의 움직임이 툭툭 끊기면서 보이기도 하고 영상이 제대로 보이기도 하는데, 거기서 들어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죠. 그때 듣게 되는 소리와 영상이 어긋나는 지점이 있고, 공연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런 것들을 체험시키기 위해서 의도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강상우

송명규 안무가가 춤을 추면서 허밍을 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시 공연 관객은 듣지 못한 건가요?

조용기

아니요, 들은 거죠. 스트리밍의 바깥 소리와 안무가의 움직이는 소리가 다 들렸고요,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지면서 그것을 이강일 씨가 제어하셨던 것 같아요.

강상우

저는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당산>과 <콘크리트의 불안> 같은 경우 <당산>은 눈이라는 매개가 있고, <콘크리트의 불안>은 이라는 매개로 이어나가는 영화적 방법이 재밌었어요. 눈과 이가 환기하는 감각이 있는데, 어쨌든 <당산> 감독님은 어떤 과정으로 눈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사용하시고, 눈이라는 매개를 선택하였는지 궁금했고요. 장윤미 감독님 같은 경우도, 원래 써두신 글이 어떤 경위로 쓴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버지와 관련되어 극적인 내레이션 장면이 나온 전후에 틸트가 처음 나왔고, 천장에 까만 얼룩 같은 것을 보여주면서 그전과는 다른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었어요. 내레이션의 내용과 이미지의 배열에 대해서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건희

일단 눈은 편집하는 과정에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는 공장에서 짖는 개들과 매섭게 쳐다보는 아저씨들의 눈이 되게 무서웠거든요. 그 눈에 대한 강렬함이 있어서 일단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걸 축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눈의 어떤 이미지를 차용할까 하다가, 제가 푸티지를 좋아해서 신문지에 나오는 눈을 오려서 스캔해서 흑백을 입혀서 만든 건데, 그중 매서워 보이는 것들로 선별하고 아이들 눈도 비슷한 식으로 했었어요.

장윤미

작업을 하면서 아파트와 젖니가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스카이아파트는 1965년도 박정희 정권 시대에 아파트가 많이 세워질 때 부실한 상태로 세워진 건물이에요. 콘크리트 건물이 50년이 안 되고 무너지는 것은 굉장히 짧은 거거든요. 젖니 같은 경우도 한 번 빠졌다가 나야 더 튼튼한 이가 생기잖아요. 그 정도의 연결점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니 좀 더 잘 풀렸던 것 같고요. 글 같은 경우에는 20대 중반 좀 지났을 때 친구들과 같이 쓰는 공용공간에 앉아 있다가 햇살이 많이 나는 날에 문득 젖니가 빠질 듯 말 듯 할 때 짜증 나고 간지러운 느낌이 생각났어요. 거의 신기하게도 A4 7~8페이지를 한 번에 다 썼고요. 사실 영화 속 이야기가 전부 제 이야기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부모님과 헤어지게 만들어버린다든가 하는 허구를 약간 가미한 글을 썼던 거고, 중심을 잡은 부분은 어머니의 이가 빠지는 부분인데, 그 부분과 제가 잠에 스카이아파트를 찍을 때 본 이미지를 합쳐야겠다는 결심이 있었고, 그 직전까지는 아파트의 균열이 많은 부분, 낡아 있는 부분들을 많이 배치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재난 등급 E등급이라는 것도 뒤에 배치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그 정도의 구성은 잡고 작업을 했습니다.  

강상우

우선은 세 작품 모두 2017년도에 작업한 작품이라 2년이 지난 지금 중간에 작업을 발표하신 분도 있으시고 작업 중이신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 관객분들이 보신 작업에서의 방법론 중 특히 소리의 사용에 있어서 이후 작업에서 바뀌셨는지 혹은 유지하시고 계신지에 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건희

저는 새로운 작업을 하는 상황이고, 1920-4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완전히 과거로 갔습니다. 많은 여성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할 예정인데, <당산>에서는 무기력하게 풍경을 바라보는 게 스스로 아쉬움이 남아 있었어요. 여기서 끝나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작업에서는 기억이나 흔적들이 사라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에게 혹은 그 장소에 반드시 남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해서 인물을 함께 촬영할 계획이고, 아직 자막 같은 것은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고, 푸티지와 관련된 톤 앤 매너는 계속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윤미

저는 <콘크리트의 불안> 이후에 두 편의 작업을 했고요, 하나는 아버지의 건설 노동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구미에 있는 노동조합에 관한 작업인데 최근에 끝냈습니다. 두 편의 작업을 하면서 이미지와 맞지 않는 소리나 내레이션을 사용하고 현장음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게 되는 방식이 계속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조용기

<투명한 음악> 이후에 발표한 작업은 없고요, 오히려 <투명한 음악> 이전에 했던 개인 작업이 있는데, 거기서 확장되는 좀 더 자전적인 자료들을 활용해서 픽션에 가까운 것들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투명한 음악>이 협업의 과정이었다면, 촬영의 측면이나 개인 작업을 살려 융합하는 형식의 작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꾸준히 푸티지는 찍고 있습니다.

강상우

그럼 이상으로 GV를 마치면서 훌륭한 세 편의 영화를 만드신 세 감독님들께 박수 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2[일장춘몽] 인디토크

일시
2019.10.12 (토)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이완민 감독 (<누에치던 방> 연출)
참석
김무영(<랜드 위드아웃 피플> 연출), 오재형(<모스크바 닭도리탕> 연출), 이재임(<강릉여인숙> 연출) 감독
토크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스페이스가 다큐멘터리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접점을 고민하며, 매달 함께해온 정기상영회인 '발견과 주목'을 올해는 기획전 형식으로 준비했다. ‘발견과 주목’이라는 상영회의 취지를 좀 더 충실히 하고자 하며 비평적 관점을 보다 강화해 근래의 다큐멘터리 작업 안에서 도드라지는 몇 가지 주제와 방법론에 주목한다. 세 개의 섹션으로 꾸렸다.
‘섹션 2. 일장춘몽’은 낯선 곳을 이방인처럼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표류의 감각이거나 표류하던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주목하는 영화다. 꿈 같은 현실이거나 현실 속 꿈이거나 이 모든 것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이완민, 김무영, 오재형, 이재임 감독)

이완민

<랜드 위드아웃 피플>, <모스크바 닭도리탕>, <강릉여인숙> 세 편의 영화 어떠셨는지요?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스페이스가 준비한 ‘발견과 주목’ 기획전에서 세 작품은 ‘일장춘몽’이라는 제목 하에 함께 상영하게 되었는데요. 김무영, 오재형, 이재임 감독님 모시고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을 맡은 이완민 이라고 합니다. 감독님들 먼저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무영

저는 <랜드 위드아웃 피플> 연출한 김무영입니다.

오재형

반갑습니다. 저는 <모스크바 닭도리탕> 만든 오재형입니다.

이재임

저는 <강릉여인숙> 연출한 이재임입니다.

이완민

느끼셨겠지만, 절대적이고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들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감각의 여지가 있는, 열려있는 영화들입니다. 그런 만큼 관객 여러분들께서 편하게 참여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공통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쩌면 연출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인 수도 있겠는데, 이런 질문은 이미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서,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여쭤보겠습니다. 감독님들께서 이 작품을 시작하실 즈음에 사로잡혀 있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금 배치된 다양한 요소 중에 최초의 조각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아무래도 개인이 불가항력의 상황에 놓여있을 때 느끼는 고립감을 많이 생각했고요, 마지막 엔딩도 개인의 상황에 맞춰서 끝내는 게 맞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고, 최초의 조각은 영화 초반부에 나왔던 마사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오재형

제가 당시 느꼈던 감정은 누구나 느낄 법한 가벼운 우울감과 무기력함이었는데요. 외부적인 일 없이 작업하시는 분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그런 지난한 날들이 지속되면 우울해지는 그런 느낌이었고, 계기와도 연관이 되는데, 그때 마침 부모님께서 북유럽 패키지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셔서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패키지여행은 버스를 하루에 열 시간 정도를 타고 중간에 내려서 식사하고 관람하는 식인데, 어르신들은 한식을 꼭 먹어야 하잖아요. 처음 갔던 곳이 모스크바였는데, 거기 지하의 식당에 갔는데 닭도리탕이 준비된 거에요.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그게 ‘모스크바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의 최초의 조각이 됐고, 그런 식으로 ‘헬싱키 제육볶음’ 이렇게도 올렸었고, 사람들이 진짠지 아닌지 궁금해하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저도 그 패키지 안에서 저만의 재미를 찾고자 ‘모스크바 닭도리탕’이라는 조각으로 시작해서, 영화를 만들 생각은 당시에 없었지만 놀이 삼아 시작한 것이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재임

저는 영화를 찍은 계기도 계기지만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보면 뭔가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도 없어질 것 같았고, 공간의 기억이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어서 이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한테 남겠느냐는 아쉬운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옛날 뉴스 클립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서 태백에 관한 선전 뉴스를 보게 됐는데, 풀 뜯는 소년이 나왔거든요. 이런 이미지를 활용해서 태백에서 살았던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완민

결국은 연출 계기를 묻는 질문을 이렇게 달리 여쭤본 까닭은, 각 영화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로 활성화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인데요. 구체적으로 한 영화씩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랜드 위드아웃 피플>의 김무영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감각했던, 충격을 받았던, 혹은 영화가 영화로부터 뛰쳐나온다고 느껴졌던 순간은, 다른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셨겠지만, 슬레이트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또 슬레이트보다는 조금 덜 명확하게 지나가지만, 붐 마이크가 교회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물이 프레임 아웃 한 후에 카메라가 교회를 향해 팬하는 샷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카메라 움직임을 숨기기 위해서 인물 동선을 따라가거나 하는데, 자의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데서 오는 충격이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 부분에 있어 재밌는 점은, 이들이 효과 면에서 상반되는 것 같은 요소들과 공존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수창과 지은의 뒷모습들이 음이 소거된 상태로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샷들이 있는데요, 지은의 경우 버스정류장에서 앉아있을 때, 수창의 경우에는 두 사람에게 조언을 받을 때 뒷모습이 등장합니다. 후자를 통해서는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부분을 통해서는 오히려 벗어나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한편으로는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하여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저는 기본적으로 영화가 하나의 주제를 탐색하는 영화가 되길 바랐고, 그래서 한쪽의 의견에 치우지지 않고 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을 최대한 잘 전달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다양한 생각들도 보여주고 싶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 몰입을 최대한 방해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재현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완민

<모스크바 닭도리탕>의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프레임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분들도 비슷하실 것 같습니다. 그림의 액자가 보이지 않도록, 즉 그림이 화면 안에 가득 차도록 찍는 지점이 있는 반면, 인위적인 액자를 덧씌우는 장면도 공존하는데, 이 두 가지가 함께 배치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인위적인 액자가 씌워진 장면에서는 내레이션이 들리지 않아요. 그 외의 순간들에는 끊임없이 내레이션이 등장합니다.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유화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내겐 그게 없었다. 짐승 시체 같은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화염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그때의 감정이 가장 강렬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는, '지금 갖지 못한 것이 있고, 잘못된 무언가를 바로 잡고자 애쓰고 있기에, 마음속은 전쟁 상태로, 여행의 풍광에 몰입하는 대신 이런 마음의 상태에 몰입하게 되는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화면에 그림을 가득 채우거나, 인위적인 액자를 덧씌우는 등, 이렇게 프레임을 구성함에 있어, 어떤 기준, 혹은 원칙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해석이 재미있네요.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몇 분이 영화에 관한 글을 쓰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은 이 영화는 수평과 수직의 이미지에 대한 영화라고 하시더라고요. 영화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이 재밌었어요. 내레이션은 제가 어느 날 꿈을 꿨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꿈이 정말 생생하고 재밌어서 핸드폰으로 바로 녹음을 했어요. 사실은 아무 뜻이 없어요. ‘줄’의 의미는 무엇인지 여쭤보시기도 하는데, 저도 몰라요. 제가 잠에 취해서 중얼거린 내레이션을 삽입한 것이고, 푸티지를 찍을 때 원칙은 보통 사람들이 여행에서 찍는 이미지의 핵심은 장소성이잖아요. 그 때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감정과 패키지여행의 무료함을 같이 느끼고 있어서 허무하고 농담같은 이미지, 장소성이 제거된 이미지들을 찾아봤어요. 미술관 그림은 프레임 안에 잘 담기게 찍기 마련인데, 저는 일부러 햇빛에 반사돼서 얼굴이 안 보이게 찍었고, 노래를 다 함께 부르는 장면에서 사실 그게 코펜하겐 문화인데, 전혀 그것이 드러나지 않게 찍었어요. 그런 허무한 이미지들에 이끌리고 농담 같은 풍경들이 작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촬영했습니다. 나중에 편집할 때 인위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온 것은 어딘지 모를 풍경을 화려한 액자 속에 넣으면 더 허무하면서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고요. 그 외에 편집한 것은 꿈 얘기를 하는 거니까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구성을 했어요. 원칙 없는 게 원칙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완민

<강릉여인숙>의 이재임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복잡하게 얘기하기 이전에 말씀드리자면, 딱 다가왔던 것은 변기였어요. 이불에 감싸인 변기 이미지가 강렬했고, 그것이 축하하는 아카이빙 이미지와 병치되었을 때 받는 일종의 쾌감이 있었습니다. 복잡하게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릉여인숙>의 경우, 개인의 기억, 그러니까 텍스트로 풀어진 나의 기억들, 외할머니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구술적인 기억들, 그리고 공공 아카이브에서 드러나는 공동의 기억들이 동시에 존재하죠. 그러면서 뜬금없는 순간에 최소한의 연관성만을 가지고 교차편집 되거나 상호 침투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독님께서 연출 의도에 쓰셨던, ‘검정이 묻어나올 것만 같았다’는 표현을 연상케 했습니다. 계속 묻어난다는 거죠. 개인의 서사 속에서 계속하여 공공의 이미지가 묻어나는데, 재밌는 것은 최소한의 연결로 인한 연상에 의하여, 공동의 기억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저항감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요, 여성 노동자의 이미지 등 태백 역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존재가 폐기되지 않길 바라는 느낌도 받았고, 한편으로는 공공 아카이브 이미지의 신화에 대한 반기를 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한 현시점에도 생성되고 있는 아카이브 속성을 갖는 이미지, 텔레비전 속 뉴스 화면 등이 보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기억과 공동의 기억을 배치함에 있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재임

할머니 인터뷰는 항상 방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할머니는 방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옛날 기억, 당신이 앉아있는 방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시는데, 어떻게 여기서 이야기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1990~2000년대 초반에 흉흉한 태백의 모습과 실업자인 아버지를 두고 가정불화를 겪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할머니와 대화 하면서 문득문득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엮을지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아카이브 이미지였어요. 선전 영화라는 것이 명확한 메시지와 문장을 전하려고 만든 것이긴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미숙한 연기자들 혹은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잡히기도 하고 그런 지점들이 재미있다고 느껴서 어쩌면 그런 것들이 다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계기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완민

제작 기간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선 질문에서도 구성에 관한 이야기가 간단히 나왔지만, 전반적인 구성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전반적인 구성 과정을 제작 기간과 함께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것만큼은 꼭 넣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라든지, 반대로 소극적으로 빼고 빼다가 남은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무영

제가 학교 다니면서 틈틈이 만들었던 작품이어서 제작 기간은 3년 정도 걸렸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조사를 많이 했고 도시 계획 쪽에 계신 분도 인터뷰했었는데, 맥락에 안 맞아서 뺏었고요. 교회와 시 측의 입장을 찍으려고 계획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기까지는 닿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봐도 그 장면들이 있어야 마무리가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완민

구성안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가셨는지요? 전체적인 구조, 예컨대 수창에서 수창으로 끝나는 구조라든지 어떤 음악을 사용하고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미리 하셨는지 아니면 후반 작업을 통해 정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대부분 촬영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 만든 영화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부터 세부적으로 정하고 가진 않았던 것 같아요. 촬영하고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결정했습니다. 근데 제가 원래 영화를 만들 때 음악을 거의 안 쓰고 롱테이크로 많이 찍는데, 이 영화만큼은 기존의 해왔던 방식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움직이고 컷도 많이 가고, 음악도 많이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완민

오재형 감독님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제작 기간 및 구성 관련, 푸티지 등의 배치는 어느 시점에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요? 내레이션 역시 잠에서 깨어난 어느 날 하루 동안의 녹음을 사용한 것인지 여러 날에 걸쳐 작업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내레이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저는 연기하는 게 어색하고 말도 잘 안 나왔는데, 잠결에 녹음해봤더니 자연스럽고 좋은 거예요. 나중에 어떤 꿈을 꾸고 나서 녹음을 했는데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초에 녹음했던 음성을 사용했고요. 제작 기간은 패키지여행을 2주 동안 갔으니까 촬영 기간은 2주고요, 편집 기간은 인디다큐페스티발 작품 공모를 염두에 두고 열흘에서 일주일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영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서울문화예술축제에서 촬영 일을 하다가 발견을 했어요. 제가 SF 장르를 좋아해서 나중에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낼 때 쓸 수 있을 것 같아 찍어둔 건데, 이 영화에 어울리겠다 싶어서 앞뒤에 배치했습니다.

이완민

영화 속 외계인 마스크를 쓰고 계신 분들은 실제로 그런 마스크를 쓰고 계셨던 건가요? 앞뒤 푸티지 이미지가 우주선과 같은 느낌을 주어서 그분들의 등장이 재밌게 연계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재형

거기가 크루즈 안이었는데, 쇼핑센터에서 코스튬 하신 분들이 아버지께 와서 악수를 청했는데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찍었어요. 제가 외계인을 좋아해요. 제 전작에도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어요.

이완민

내레이션 관련, 다른 제3자를 캐스팅해서 내레이션 하실 생각은 없으셨는지요?

오재형

제가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하는 이유가 혼자 작업할 수 있어서인데, 제가 조금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같이 작업하기보다는 방에서 혼자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요. 남한테 맡기면 돈이잖아요. (웃음)

이완민

<강릉여인숙> 이재임 감독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텍스트가 등장할 때 4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무지의 화면에 무음을 배경으로 나의 기억을 서술하는 듯한 텍스트, 둘째, ‘외할머니’, ‘가는 세월’, ‘어둔 밤’, ‘쫄딱 구덩이’로 이어지는 해시태그 텍스, 셋째, 노란색 텍스트, 이는 아마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색상으로 처리하신 것 같고, 넷째, 이미지 한가운데 등장하는 설명적 텍스트가 등장합니다. 보고 있으면 어렴풋이 차이가 짐작되지만, 관련하여 구성 및 제작 기간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특히 해시태그 텍스트의 경우, 영화를 네 부분으로 나누는 기능도 하는 듯한데, 그러한 구성은 처음부터 정하고 작업하신 것인지 후반 작업 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재임

명확한 기획을 하고 촬영을 시작한 작업이 아니라 저도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해서 총 일 년 반 정도 걸렸고, 방학 때 집중적으로 촬영했습니다. 할머니가 50년 동안 해왔던 여인숙을 중심으로 할머니를 주되게 찍고 할머니가 공간에 대한 공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은 아니셔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촬영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탄광의 부흥기가 지나고 정부에서 강원관광대라는 학교를 지어줬는데, 거기의 카지노딜러 학과가 있어요. 제 친구가 거기에 다 진학을 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아니면 실제로 여인숙에 거주하시던 분들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들어가면 다른 영화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텍스트로 처리하고 광산이나 도시 역사에 따라서 여인숙이 변모하는 과정, 여인숙에 오는 사람들, 혹은 여인숙의 기능을 담는 데 집중했어요. 예전에 탄광이 부흥했을 때는 오락을 담당하는 기능도 발달했었고, 성매매나 술집 등으로 기능했던 여인숙 거리가 있었거든요. 실제로 할머니의 여인숙과 멀지 않은 곳에 존재했었어요. 할아버지 사업이 망했을 때, 할머니가 여인숙으로 돈을 벌어서 엄마를 대학에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폐광되고 여인숙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도시의 빈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이나 주거 이외의 거처로서 기능하는 모습들을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관객 1

저는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연출을 하고 싶어서 작품을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요. 카메라에 대상을 담을 때 대상화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 부분을 감독님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오재형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거예요. 영화를 찍는 사람, 특히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은 매번 그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렇지 않게 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자기 검열을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게 대상화에 관한 것일 텐데요. 그것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고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질문하신 게 다큐멘터리의 핵심인 것 같아요. 제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어떤 소재가 있고 찍고 싶은데, 바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폭력적일 수도 있고 충실한 답을 얻을 수도 없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기 위해 로케이션 장소에 1년간 거주를 하기도 했었고요, 촬영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주를 해서 5년간 살면서 촬영을 한 친구도 있었어요. 이런 식의 태도는 본받을 점인 것 같고, 저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완민

관련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강릉여인숙>에는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목소리가 가끔 등장합니다. 그것을 편집하지 않고 둔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혹시 관객분 질문과 관련해서 답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재임

제 목소리는 최대한 뺀 것이기는 해요. 사실 할머니는 엄청 찍기 쉬운 존재잖아요, 제가 촬영을 할 때 저와 친밀감을 떠나서 본인을 스스로 변호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과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모든 가편집을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했고, 저는 오히려 할머니가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무영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재현을 만들어내면 대상화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재현하는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만들지만 내가 신의 입장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지 않고 어떤 위치에 어떻게 존재하면서 이 이미지를 재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상화에 대한 죄책감은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 2

<랜드 위드아웃 피플>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를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무영

사실 노래를 선택한 것은 그 상황에 대한 저의 코멘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식으로 제 코멘트를 드리는 게 좋은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이완민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마지막 인사와 함께 지금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 이후의 활동 혹은 차기작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무영

작품을 보면서 제가 생각할 때 어설픈 면도 많고, 제 생각대로 못한 부분이 아쉽기도 했어요. 지금 다큐멘터리 하나를 만들고 있고, 픽션 작품도 계획 중인데 지금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밤빛>이라는 작품을 10월에 월례비행 프로그램으로 상영할 것 같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재형

저는 작업이 끝나고 나서 즐거웠고 재밌었다는 감정이 들었어요. 차기작은 영화에 대한 생각은 없을 것 같고요, 요즘에 피아노를 세네 시간씩 치고 있는데, 영화를 틀어놓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고 있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합니다. <모스크바 닭도리탕>도 배경에 쓰인 모차르트 곡을 직접 연주하면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고, 오늘 와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이재임

저는 <강릉여인숙>을 2014년에 한참 촬영했는데 제 머릿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편집본이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어떤 장면 뒤에 올 푸티지나 텍스트에 관한 생각이 뒤섞여 있는데, 다시금 볼 때마다 지금이라면 좀 더 다르게 찍었을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영화를 계속 찍고 있지는 않은데요. 지금은 디자인하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어서 차기작 계획은 없지만, 동시에 어떤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짧은 호흡의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각오와 계획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SIDOF 발견과 주목’ 섹션 3[당사자성 너머의 역사, 영화적 재현] 인디토크

일시
2019.10.12(토)
장소
인디스페이스 ( IndieSpace )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참석
권아람(<463 poem of the lost> 연출), 임철민(<야광> 연출) 감독
토크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스페이스가 다큐멘터리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접점을 고민하며, 매달 함께해온 정기상영회인 '발견과 주목'을 올해는 기획전 형식으로 준비했다. ‘발견과 주목’이라는 상영회의 취지를 좀 더 충실히 하고자 하며 비평적 관점을 보다 강화해 근래의 다큐멘터리 작업 안에서 도드라지는 몇 가지 주제와 방법론에 주목한다. 세 개의 섹션으로 꾸렸다.
섹션 3.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 영화적 재현’이다.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영화제 기간에 ‘경험하지 않은,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에 관한 영화적 재현’이라는 주제로 기획전과 포럼을 진행했다. 이번 섹션은 그 연장선에 있다.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당사자가 아닌 일종의 후속 세대인 창작자가 역사적 사건 혹은 과거의 시공간을 어떻게 현재로 불러내고 자기식으로 체험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왼쪽부터 정지혜 영화평론가, 권아람, 임철민 감독)

정지혜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정기 상영회 형태로 영화제에 소개되었던 영화들을 다시 보는 상영회를 했었는데요, 올해는 기획전 형태로 최근작들 중심으로 다시 소개되었으면 하는 작품들을 묶음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했습니다. 마지막 섹션이고요, 임철민 감독님의 <야광>과 권아람 감독님의 <463 poem of the lost> 두 편을 묶어봤습니다. 영화를 챙겨보셨던 관객분들이라면 조금 생소한 조합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조합이 나오게 된 것은 인디다큐페스티발 영화에서 준비했던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적 재현’이라는 주제로 준비했던 포럼과 연관되는데요. 거기에서 영화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 이후의 세대의 창작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재현하는지를 볼 수 있는 네 작품 <김군>, <리틀보이12725>, <나의 노래: 메아리>, <기억의 전쟁>을 소개했습니다. 이 포럼의 연장 선상에서 두 편의 영화만 같이 두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는 기획 의도가 있었고요, 오늘은 그 기획 의도로 초점을 맞춰서 시작하되, 이 영화들이 지닌 큰 장점과 궁금한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두 분 감독님 먼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아람

안녕하세요, <463 poem of the lost>를 연출한 권아람 이라고 합니다.

임철민

안녕하세요, <야광>을 연출한 임철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지혜

두 분이 이번 대담을 통해 처음 만난다고 들었어요. ‘잘 됐다. 신선한 조합이다!’ 싶었어요. 그렇지만 권아람 감독님은 <야광>을 이미 세 번 정도 보셨다고 하고요, 임철민 감독님은 <463 poem of the lost>를 처음 보셨다고 해요. 하지만 물론 권아람 감독님의 전작은 보신 바가 있고요. 두 분 서로 인사 좀 나누세요. (웃음)

임철민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감독님을 처음 뵙는데요, 감독님 전작인 <퀴어의 방>이라는 단편을 웹에서 먼저 접했는데,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서 다시 보았고, 그 이후에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보지 못해서 같이 상영된다고 해서 함께 얘기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야광>은 극장에 얽힌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각을 시작으로 극장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 그 안에 있었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인데, 저는 이 <야광>이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시네마틱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권아람 감독님의 작품은 역사적인 공간, 집단적인 기억에 관련된 현장으로 가서 다양한 구성의 방식들로 인터뷰를 하고, 인물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시적 내레이션이 그것을 엮어내는 방식을 채택하셨는데, 이러한 점에서 두 영화가 굉장히 다른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두 분이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보셨는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권아람

<야광>은 제가 세 번을 봤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화면 전환되면서 음악이 나오는 부분인데, 제가 지금 준비하는 작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레퍼런스이기도 해서 반복적으로 관람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시공간을 경험했을 때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서 구성하고 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임철민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공간에 얽힌 직접적인 정보가 없지만, 감각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전환되는 지점에서 경쾌해지면서 말로 하지 않은 것이 그 장면을 통해 확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요.

임철민

권아람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감독님은 저와 다른 방법으로 대상이나 경험에 접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구체적인 진술과 목소리가 쌓이면서 진행이 되고, 당사자들 또는 그 바깥을 비추면서 영화가 진행되는데, 저한테 시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좋았습니다.

정지혜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질문을 드리면, <463 poem of the lost>의 경우는 역사적 경험이 있는 당사자와 목격자 그리고 관련된 주변인들의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방식인데요, 어떻게 보면 익숙한 방식으로 기본 소스를 만들어 주셨는데요. 반면에 <야광>에서는 단 한 번의 인터뷰도 나오지 않아요. 임철민 감독님은 이번 영화에서 인터뷰 방식을 쓰는 데는 관심이 없으셨을 거라 짐작하는데요. <야광>에서 인터뷰를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임철민

처음에 극장에 대한 관심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기획이 시작됐고, 주변의 스쳐 가는 이야기들을 포착해서 영화에 가져오면서 구성을 발전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남성 성 소수자들이 크루징을 하던 당시에 파고다 극장은 일반극장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음에도 그 위의 다른 층도 크루징스팟으로 활용되었는데요. 이렇게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차원의 속성이 작용한다는 특징을 발견했어요. 영화를 보러왔던 일반 관객들과 크루징을 하기 위해 그 공간을 찾았던 성 소수자들의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사실은 워낙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전해지던 것이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야만 하는 공간의 속성이 있었고, 그래서 선택하게 된 정치적인 어떤 것들에 관해서 깊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서사나 인터뷰를 통해서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당사자분들이나 극장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했고 굉장히 협조적으로 응해주셨는데요, 그분들께 크레딧에 남기고 싶다는 얘기를 드렸을 때 밖으로 드러나고 싶지는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영화가 취하는 방식도 공간이나 공간을 점유했던 당사자들의 속성에 맞춰서 가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됐던 정보를 가이드로 따라가되, 직접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권아람 감독님의 경우는 인터뷰 대상자분들이 전하는 말들이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느껴졌어요.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그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배치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퀴어의 방>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 작품에서도 인터뷰가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작업도 인터뷰에 관심이 있다고 하셔서, 인터뷰라는 방식에 관한 감독님의 관심의 확장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권아람

태국에 남아있는 위안소 공간을 가봐야겠고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와 그곳에서 있었던 여성들의 증언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었고,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태국에는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이 적었어요. 그래서 제한적인 기록을 가지고 작업을 기획해 나갔는데, 그렇다 보니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장소를 찾아가고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공간의 분위기나 달라진 모습을 가져가는 동시에, 단편적이거나 퇴색되었을지라도 그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해야겠다.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것은 디테일한 기억이 아니고 태국에서는 한국만큼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온도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를테면, 전쟁 당시 태국은 중립국 위치였지만 일본 치하에 가까운 입장이었는데, 당시 일본군이 멜로드라마의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여전히 생산될 정도로 위안부 시절의 감각이 굉장히 달랐어요. 그런 사회적 맥락에서는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퇴색된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죠. 전통적인 방법으로 인터뷰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차용한 것은 진행 과정에서 오래된 책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기억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갱신되어야 하고 새롭게 해석되면서 생동감을 얻게 되는 것인데, 그 기억을 직접 갖지 않은 후속 세대로서는 사회의 맥락에 따라 기억이 점점 다르게 만들어져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또 다르게 감각 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런데 인터뷰 대상자들은 사실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에요. 그래서 구성도 책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구성했어요.

정지혜

임철민 감독께서 좀 다른 방식이지만 공통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는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게 어떤 건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임철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말씀을 듣고 보니, 단순히 인터뷰를 녹취하고 그것을 구성에 따라 배치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사건을 접하고 한 번 더 아웃풋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좀 닮았다고 생각했고, 감각적인 부분에서 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정지혜

혹시 권아람 감독님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까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태도에 있어서 공통된 지점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권아람

성 소수자 이야기를 하면서 맞이하게 되는 조건인데, 창작사로서 이 이야기를 드러내고 영화적인 결과물로써 관객들과 공유하고 그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데,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나오는 사람은 영화를 도와주고 싶고,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드러나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럴 수밖에 없는 지점인 것 같아요. <퀴어의 방> 같은 경우에도 공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지만, 그런 형식이 나온 것은 같은 맥락에서의 조건들이 있던 것이고, 제가 지금 하는 작업도 여성 퀴어들의 공간을 담은 작업인데, 그것 역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필연적으로 인터뷰를 어떤 방식으로 가공한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 영화를 보면서 정면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감각적으로는 다가오고 밀면서 당기는 느낌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정지혜

<야광>의 경우 다양한 레이어가 있어요. 저는 임철민 감독이 <야광>에서 취한 전략이 일종에 잘 ‘떼어내기’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영화가 무엇이냐’라고 했을 때, <야광>은 영화를,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떼어내 그 요소 각각이 무엇이고 각 요소가 어떻게 결합해 하나의 장면이, 영화가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줍니다. 요소들을 잘 떼어낸 뒤 그것들을 충돌시키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반면에 <463 poem of the lost>의 경우는, 요소들을 ‘붙여보기’의 방식으로, 시적 내레이션으로 꿰어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을 덧붙여서 듣고 싶습니다.

임철민

자료를 찾고 극장을 찾아다니면서 형식이 만들어졌고, 영화에서 어떻게 공간을 재현하고, 영화를 매개로 시간이나 공간을 펼칠 수 있을지가 중요했어요. 그중 여러 갈래가 생기게 되는데, 말하자면 영화를 잘게 썰어서 단면들이 보이게 배치한 뒤 그것을 드러냈고, 관객들에게 보일 부분을 흔히 하는 방식으로 좁히지 않고 확장해볼 수 있는 방식에 관해서 PD, 스태프와 고민했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던 ‘떼어내기’의 방식이 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장면 같은 경우도, 나중에는 대사와 목소리, 화면을 따로 떼었고, 우리도 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하면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 상태까지 가면서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다 보이는 순간까지 가게 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권아람

저는 스스로가 그 기억을 직접적으로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서, 기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라고 하는 질문에서 재료들을 모으고 붙여서 어떤 방향으로 가져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억을 기억한다는 것이 뭐냐는 질문이 중요했기 때문에, 내레이션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진행되는 것과 더불어 내레이션이 이 로드무비를 촬영하면서 느꼈던 마음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하고, 기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기억한다는 것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아닐까?’, ‘기억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해지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귀결이 되었어요. 마지막에 질문이 텍스트로 제시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은 제한적인 자료와 직접적인 경험을 가지신 분들은 대부분 돌아가셔서 ‘어디서부터 기억을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비롯되었고, ‘작업하는 길을 걸어왔지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을 했던 사람의 말과 글이다’라는 생각에 증언을 듣고 기억을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배치를 했습니다.

정지혜

내레이션의 경우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현지에 계신 분의 목소리도 들어가 있잖아요, 저는 자막 처리의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의 내레이션 중 ‘~라 했고’, ‘~라 했다’라는 어미 처리 부분입니다. 관객으로서 감독의 말에 몰입하려는 순간인데 오히려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말로부터 한 발 떨어지려는 게 느껴졌달까요. 본인 스스로 지금의 상황으로부터 거리감을 확 줘버리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 급작스러운 온도 차나 그런 방식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으셨을 텐데 그게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권아람

각 요소를 모아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붙여가는 방식은 맞았지만, 질문은 항상 있었어요. 내가 이것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완전할 수가 없고, 저의 뜨거운 마음 같은 것은 내레이션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지만, 후세대 여성으로서 그 경험을 바라본다고 했을 때, 전형적으로 생각되는 그런 위치는 얻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내레이션의 주체가 없어야겠다. 그 세대의 기억을 기억하려고 하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들리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주체를 흐트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자막에서 ‘~라고 했다’는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1

<야광>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은데요, 영화가 크루징 스팟이 되었던 공간들을 보여주면서 내용적으로 남성 성 소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고, 형식적으로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분해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런 내용과 형식이 어떻게 관계되는 것인지 좀 더 명확히 듣고 싶습니다.

임철민

영화가 극장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그 관심은 제가 영화를 만들고 좋아하고 상영이 되는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 같아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중요한 요소로 빛이나 어둠, 영화 등이 떠올랐는데, 그것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했었어요. 처음부터 영화가 타이트한 구성과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출발하지 않았고, 대략적인 시나리오와 어떻게 취재를 하고 공간을 다룰지에 대한 기획 정도는 있었어요. 영화를 하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공간을 직접 찾아갔을 때 들었던 생각이나 감각적인 것들이 처음 상상과는 많이 달라서, 초반의 계획처럼 영화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인터뷰 활용도 하고자 했으나, 그것을 하게 될 수 없는 상황이 생겼고, 공간의 속성에 맞춰서 영화 형식도 같이 가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시나리오에서 스코어라는 방식으로 확장하고자 했던 건데, 수행자나 스태프들이 좀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했어요. 과정을 드러내겠다고 판단했던 것도 영화가 다루고 있는 대상의 속성과 연관되어 있고요, 제가 영화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서 그런 형식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관객 2

임철민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영화에서 여자가 산속에서 눈을 감고 있고 빛을 비추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되게 폭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여자가 정물처럼 서 있고 그를 빛으로 비추고, 그 주위를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게 영화를 보는 여성 관객으로 이어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사전에 정보를 보지 않고 끝나고 나서야 이 영화가 남성 성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해당 장면에서 여성 인물만 등장한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드립니다.

임철민

처음 시나리오에는 남성 성 소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었는데요, 근데 그런 방식이 영화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걷어내면서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스코어의 방식을 따르게 되었어요. 제가 만들었던 스코어는 간략한 텍스트, 분명한 수행물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호하고 시적인 것 같은 구멍이 난 것 같은 이미지나 텍스트가 함께 있는 식이었어요. 결국에는 수행자의 몸을 통해서 그 공간을 읽어내는 게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이것을 누가 수행할 것인지가 되게 중요해 진 거예요. 이것들을 열어서 관객들이 스코어에 초대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진행되는데, 말씀해주신 부분은 틈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성들이 영화에 참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부딪힌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성 성 소수자에 관한 인물 제어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영화의 성격상 바꾸게 되면서 그 부분을 다시 고민하게 됐던 거죠. 주변에 영화에 관해 소개했을 때, 이상할 정도로 여성분들만 관심을 주셨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남성 성 소수자의 공간을 주로 다루는데, 여성들이 주로 수행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해서 스태프와 회의를 했어요. 여성 퍼포머들이 실제로 퍼포먼스를 하는 분도 계셨고, 아닌 분들도 계셨어요. 다양한 계기로 다양한 맥락과 맞닿아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제가 한 가지로 재단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소수자성이 이 영화의 맥락과 공명했기 때문에 촬영하게 된 것도 있어요. 이러한 상황들에서 질문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게 퀴어한 선택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이 부분과 영화가 가지는 방향성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또 영화 창작자로서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적 재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창작자로서의 오늘날의 고민과 그것을 돌파해가는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권아람

<463 poem of the lost>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다큐멘터리는 이미 끝나버린 시간이나 사라진 기억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이 있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특히 역사의 트라우마나 사건을 재현할 때는 영화 바깥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기간 태국에서 촬영했지만, 영화 초반에 태국의 국립 아카이브인 내셔널 아카이브에 찾아갔는데, 들어가면 빨간 상자 안에 적혀있는 바스러진 종이 위에 볼펜의 잉크는 다 사라져버리고 압력으로만 남아있는 이름들을 봤어요. 그것을 보고 또 만진 경험이 이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내가 살아온 경험과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기억, 트라우마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영화 외적인 강렬한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강렬한 계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철민

공간이나 역사를 영화로 이야기할 때, 창작자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드러낼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고민이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품들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다르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러 창작자가 있고, 그들도 각자의 곳에서 작업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지혜

오늘 긴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리고, 이후의 계획과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말씀드리면서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요.

권아람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70년대부터 존재했던 여성 성 소수자 분들과 거기에 얽힌 기억을 담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고요. 이렇게 좋은 가을날에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임철민

저는 관심이 있는 것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리가 좀 더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작업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분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녹취 및 정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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